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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제2 인생 즐기는 ‘2송’ 회장님

천문대, 수목원…. 제2의 인생을 즐기는 ‘2송(松) 회장님’이 재계에서 화제다. 사재를 털어 경기도 양주시 장흥 유원지에 천문대를 만든 한일철강 엄춘보(91·사진 위쪽) 회장과 충남 연기군 전동면에 ‘베어트리 파크’ 수목원을 가꾼 이재연(79·오른쪽) 전 LG그룹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 유원지에서 조금 떨어진 ‘송암스페이스센터’. 해발 463m 계명산 형제봉에 들어선 천문대가 눈길을 끄는 곳이다. 철강 유통 업체인 한일철강의 엄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천문대다. 창립 3주년을 맞은 이날 50여 명의 임직원들은 흰떡을 돌리며 조촐한 생일파티를 했다.

그런데 정작 천문대의 ‘산파’인 엄 회장은 이날 서울 충무로에 있는 회사로 출근했다. “기념일을 뭣 하러 챙기나. 기업인은 당연히 회사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 고작이다. 대신 엄 회장은 주말마다 이곳에 들른다.

송암스페이스센터는 장흥면 계명산 일대 7441㎡ 부지에 지은 사립 천문대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60㎝급 주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천문대 바로 아래에는 가상으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스페이스센터, 숙소 등이 마련돼 있다. 주말에만 수백 명이 찾는 지역 명소로 꼽힌다. 엄 회장은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칭찬을 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엄 회장은 평북 용천 출신의 실향민 기업인이다. 1957년 한일철강·하이스틸 등을 세워 지금은 연 매출 3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엄춘보 한일철강 회장이 사재를 털어 경기도 양주시에 만든 천문대인 ‘송암스페이스센터’. 주말에만 수백 명이 찾는 지역명소다.
그런 그가 천문대 건립을 구상한 것은 2004년께다. “한국엔 마땅히 자원이 없어요. 그렇다고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한국의 미래는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달렸습니다. 어린이들은 별을 보고 꿈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천문대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30여 년간 주말농장으로 이용하던 계명산 기슭을 천문대 부지로 정했다. 처음엔 사재 1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왕이면 제대로 만들겠다는 욕심에 그간 사업하며 모은 돈을 조금씩 털었다. 모두 450억원이 들어갔다.

“그래도 (운영하기는) 빠듯해요. 그럴 때마다 주머니를 탈탈 털지요. (돈이 안 되는) 천문대 경영하기가 기업하기보다 어렵다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그러나 별을 보면서 큰 꿈을 꾸는 아이들을 보면 모든 시름이 사라져요. 처음엔 반대했던 가족들도 이젠 천문대를 홍보할 아이디어를 조언하고 있습니다. 허허.”

충남 연기군 전동면의 수목원 ‘베어트리 파크’. 이재연 전 LG그룹 부회장이 조성한 이곳은 하루 1000여 명이 찾는다.
충남 연기군 전동면에 있는 ‘베어트리 파크’는 요즘 같은 장마철에도 하루 1000여 명이 찾는 ‘소문난 수목원’이다. 원로 기업인인 이재연 전 LG그룹 부회장이 20대부터 지금까지 영화 한 편 안 보고 주말을 투자해 조성한 곳이다. 젊은 시절 난을 키우던 취미가 발전해 경기도 의왕시에 작게 수목원을 만들었고 80년대 초반 지금의 부지로 옮겼다.

이 전 부회장은 고(故)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이자 고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사위로, 금성사(현 LG전자)·금성통신(현 LG전자)·LG카드 대표이사 등을 지낸 인물. 현역 시절엔 과감한 공격 경영을 펼쳐 ‘타이거’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99년엔 국내 최초의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나중에 롯데에 매각함)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평생의 취미였던 ‘주말 농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 (베어트리 파크에) 내려가서 월요일에 올라오지요. (수목원엔)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어요. 왜 그렇게 할 일이 많은지 늙을 틈도 없어요. (웃으며) 돈도 많이 들었어요. 배당과 월급, 상속받은 재산까지 여윳돈은 몽땅 털어 넣었으니까요.”

베어트리 파크 33만㎡ 부지에는 독일가문비, 산달나무 등 다양한 수목과 희귀 분재 등 1000여 종, 40만여 그루의 초목이 150여 마리의 반달곰·꽃사슴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편에선 비단잉어가 떼를 이루어 오색연못을 만들고 있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인근 천안에서 농장 하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부러워한다고 귀띔한다.

◆소나무처럼=두 원로 기업인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공교롭게도 호(號)에 ‘소나무’가 들어 있다. 엄 회장의 호는 송암(松巖). 천문대 옆에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를 보고 신기해하면서 이런 호를 지었다. 이 전 부회장의 호는 송파(松波). 소나무가 파도 친다는 뜻으로 수목원의 경치가 그만큼 아름답다는 의미라고 한다. 두 사람은 “기업을 잘 일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후배들에게 물려줄 쉼터를 만든 것도 큰 보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주·연기=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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