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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오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브이’ 개봉, 어린이 관객 사로잡아

 
  1976년에 개봉된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브이( V )’의 포스터.
 
1976년 7월 24일 극장용 만화영화인 ‘로보트 태권 브이(V)’가 개봉됐다. 로보트 태권 브이는 1970년대 재밋거리를 찾지 못해 아톰·황금박쥐에서부터 마징가 제트에 이르기까지 일본 TV용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던 어린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성공은 70년대 초등학생이면 예외 없이 접해야만 했던 태권도를 도입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버스비가 2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태권 브이의 영화표 값이 500원으로 비쌌지만,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2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로보트 태권 브이는 완성도 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단순히 일본의 로보트 만화영화를 표절한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로보트를 만들어냈다. 일본이 만들어낸 ‘마징가 제트’가 조종사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로보트였다면 태권 브이는 조종사와 정신적·육체적으로 혼연일체의 모습을 보이는 새로운 차원의 로보트였다. 시나리오 역시 일정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됐다.

태권 브이 시리즈는 표절 시비에도 불구하고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76년 로보트 태권 브이 극장판이 최초로 개봉된 이래 24년간 6편의 속편이 발표됐다. 물론 80년대 이후 태권 브이 시리즈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70년대 후반 이후 ‘스타워즈’나 ‘죠스’와 같이 만화에서나 가능한 내용이 실제 인물들을 동원한 영화로 개봉되면서 만화를 통한 대리 만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77년부터 개봉된 ‘똘이장군’에서처럼 만화 속에 과도하게 냉전적 사고를 설정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졌고, 90년 이후에는 서구식 애니메이션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태권 브이의 성공은 ‘마루치 아라치’로 이어졌지만, 80년대 이후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사양길을 걸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계보는 TV용으로 연결돼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가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고, 최근 극장이나 TV가 아닌 컴퓨터 게임으로 그 계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한국적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보편적 정서와는 일정한 차이가 있는 일본적인 독특한 내용으로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 개인적 창조성과 다원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유럽.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창출하지 못하고 한류의 성공에 안주하면서 기존의 것을 재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는 한국. 과거 한류의 전성기를 돌아보건대 단지 정부의 적극적 지원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었고, 지금은 혹 그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태권 브이의 전통을 이을 새로운 한국적인 무엇인가를 기다려 본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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