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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⑧ 서울 응봉산

여름 밤 황홀한 풍경에 이끌려 잠 못 이루는 야외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출사족’을 위한 길을 준비했다. 산책, 걷기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요즘 세대는 디지털카메라로 ‘인증샷’ 한 방 찍어주는 게 예의다.

해발 100m 안 되는, 슬리퍼 신고도 오를만한 산

서울 도심에서 야경 사진 포인트는 두 가지다. 마천루가 펼쳐진 곳이거나 한강이 내려다보이거나. 마천루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낙산공원과 북악 스카이웨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름철 시원한 매력을 뽐내는 쪽은 한강이다. 한강을 가로질러 시원하게 뻗은 다리와 달리는 자동차가 뿜는 헤드라이트가 역동적이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곳 중 숨은 명소가 응봉산이다. 해발 고도가 100m도 채 안 되는 낮은 산이다. 바위산인데 봄이면 그 틈을 뚫고 흐드러지게 피는 개나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의 여름철 야경도 봄의 낭만 못지않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고, 성수대교·동호대교가 가로지르며 강변북로·동부간선도로가 곡선미를 더한다. 여름철 출사족의 필수 코스, 응봉산을 걸었다. 산 정상까지 가는 길이지만 이곳은 등산로이기보다 언덕 산책로에 가깝다. 고도가 낮고 포장이 잘 돼 있어 슬리퍼를 신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라는 말도 나온다. 삼각대를 지고 올라가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

응봉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우뚝 솟은 산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엔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이번엔 응봉동 현대아파트 앞에서 시작한다. 성동08 마을버스와 110B·421·0213번이 있다.

정류장에서 금호사거리 방면으로 50m 정도 올라가다 보면 응봉산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타난다. 이곳으로 올라가자. 나무계단과 산 오솔길이 이어진다. 올라가는 길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아저씨·아주머니들이 보였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아스팔트로 포장된 널찍한 도로가 나온다. 사람만 다니는데 보도블록이 아니라 아스팔트로 포장한 게 의아하긴 하지만 걷기는 좋다. 이쯤 올라오니 조금씩 아래가 멀찍이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바람도 솔솔 불어와 걸음을 늦추자 땀이 식었다.

아스팔트를 따라 올라가다 마주치는 아무 나무계단이나 잡고 위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정상은 생각보다 무척 가까웠다. 걷기 시작해서 20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응봉산 정상의 팔각정이 코앞이다.

한강다리와 도로, 꼬리 잇는 차량의 불빛 …

응봉산 정상에서 용비교를 통해 서울숲으로 가는 나무 계단. 가깝게는 강변북로 뒤쪽 서울숲의 끝자락이, 멀리는 동호대교와 한남대교가 보인다.
정상에 오르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와글댔다. 낮은 산이지만 정상인지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야경을 찍으러 온 출사족들이 진을 치고 있다.

정상 주위에 두른 울타리 앞에 서자 남쪽으로 성수대교·동호대교가 가로지르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기도 양주에서 발원하는 중랑천이 휘어져 들어와 한강과 합쳐지는 곳이다. 한강 다리와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불빛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물길이 이루는 곡선과 차량의 불빛이 점점이 이어지며 휘어지는 모습이 힘이 넘쳤다.

응봉산은 주위에 높은 지대가 없어 시야가 막히는 데 없이 훤히 내다보인다. 이렇게 강남·강북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특히 한강 쪽은 시야가 넓게 트여 있다. 하지만 북쪽은 고층아파트 단지로 막혀 있어 멀리까지 내다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남산타워와 동대문 밀레오레 정도는 눈에 들어온다. 360도가 파노라마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270도 정도는 커버한다.

정상 한가운데 놓인 팔각정 2층에도 올라가 봤다. 이곳은 야경을 보기에는 좋지 않다. 주위 가로등이 너무 밝아 시야를 가렸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이들은 팔각정이 아니라 정상 주위 난간에 붙어 셔터를 눌렀다.

내려오는 길도 여러 갈래다. 서울숲으로 통하는 길, 응봉동 현대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응봉역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응봉역쪽을 택했다. 낮은 나무계단을 내려오니 아스팔트길이 시작됐다. 산의 비탈면을 타고 아스팔트길을 빙글빙글 돌며 내려오면 된다. 한참 내려오다 보니 응봉산 인공암벽공원에서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15m 높이의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아찔해 보였다. 이를 지나자 주택가가 나왔다. 주택가 골목 내리막을 따라 죽 내려가다 보면 철길과 응봉역 역사가 보인다. 응봉초등학교·광희중학교를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응봉역에 도착한다.

한 가지 더. 이 길은 출사족뿐만 아니라 ‘자출족(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이)’에게도 꽤 유명한 길이다. 응봉역에서 인공암벽공원을 돌아 정상까지 가는 길은 끝까지 계단 없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자전거로 오르기에는 고난도의 오르막이다. ‘마의 업힐’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멈춤 없이 끝까지 오르면 상당한 자전거 고수로 인정받는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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