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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빼서라도 덤비는 게 진짜 영화 감독이지

오구리 슌(28)과 양익준(35)이 만났다. 오구리 슌은 일본 드라마 ‘꽃보다 남자’, 영화 ‘고쿠센’ 등으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꽃미남 스타다. 양익준은 연출·주연을 맡아 20여 개 해외영화제를 휩쓸었던 ‘똥파리’로 지난해를 ‘독립영화의 해’로 만들었던 주인공이다.



부천영화제 온‘일본 꽃남’오구리 슌
‘똥파리’양익준과 밤새 막걸리잔

둘의 만남은 15일 개막한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연출 데뷔작 ‘슈얼리 섬데이’로 내한한 ‘감독’ 오구리가 청해 이뤄졌다. 그는 올 초 DVD로 ‘똥파리’를 봤다. 20일 밤 ‘슈얼리 섬데이’ 상영 후 둘은 관객과의 대화를 함께 진행했고, 밤새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연기와 연출 두 영역을 넘나드는 둘의 공통점이 쏠쏠한 안주가 됐다. 이튿날 인터뷰에선 나란히 앉아 북어국으로 해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두 재주꾼 양익준(왼쪽)과 오구리 슌이 만났다. 오구리는 올 부천국제영화제에 감독 데뷔작 ‘슈얼리 섬데이’를 출품했다. [강정호 인턴기자]
‘슈얼리 섬데이’는 학교 축제를 살리기 위해 폭발물 소동을 벌인 고교생 다섯 명을 다룬 청춘물이다. 퇴학당한 후 이들은 조폭·창녀·길거리가수 등과 함께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려 든다. 만화책 책장을 넘기는 듯한 속도감 있고 발랄한 연출이 두드러진다.



“오구리 감독이 출연한 ‘크로우즈 제로’(2007년)를 좋아하는데 그 영화 봤을 때처럼 와, 환장하겠더라.(웃음) 청춘의 답답함과 갈증이 스크린 속에 시원하게 발산된 것 같다.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도 보였고.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는데, 우리 부모 세대가 만든 틀 안에 갇혀 살지 말고 우리 인생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단 메시지가 선명해서 좋았다. 참, 어제 극장을 메운 관객 90%가 여성이더라.”(양익준)



“젊은이들이 한심하고 나약한 모습 보일 때가 많다. 나도 그렇고. 그런 모습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수와 실패가 있더라도 이겨내 가며 앞으로 나아가자는 거다. 반항심 많고 하기 싫은 일 투성이였던 내 10대 시절 얘기이기도 하다. ‘똥파리’와 전혀 다른 분위기인데, 비슷하다는 얘길 주변에서 하길래 신기했다.”(오구리)



연기와 연출을 다 해본 소감이 궁금했다.



“연기할 때 표현이 다 안 돼 늘 갑갑했다. 이번에 많이 해소됐다. 배우에게 뭘 주문하는 것보다 스스로 자유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게 감독인 것 같다.”(오구리)



“난 연기보다 연출이 500배쯤 어렵던데….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배우의 심정을 잘 헤아릴 수 있었다. 배우는 촬영장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많은 자극과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을 배려하면서 친구처럼 대화하다 보면 나중엔 시키지 않아도 배우가 다 알아서 해온다.”(양익준)



오구리에게 감독이 전세금을 빼서 ‘똥파리’를 만든 사연을 아느냐고 물었다.



“여주인공(김꽃비)이 사는 집이 감독의 전셋집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정말 대단하다.”



‘똥파리’의 양익준에 비하면 대스타 출신의 그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 않았을까.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배우 빼고 60명 넘는 스태프를 지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영화냐’고 짜증내는 스태프도 있었다. 그러면 ‘그럼 어떤 게 영화냐?’ 물으면서 대화로 풀었다. 흥행의 압박감도 컸다. 내가 만들고 싶다고 쉽게 영화 만드는 그런 환경일 것 같나? 천만에. 손해 나면 제작비(3억엔)를 물어주겠다고 결심하고 미리 돈을 만들어놓고 촬영에 들어갔다. 다행히 흥행이 돼 집도 샀다.(웃음)”



“영화를 만들려면 저런 정신이 있어야 한다. 영화감독은 자신의 장기 하나는 태울 각오로 덤벼야 한다. ‘똥파리’는 스태프 20명 전 재산이 5000원이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너무 좋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단 사실이 너무 좋아 힘든 걸 몰랐다.”



서로의 장점에 대해 “순수한 열정”(오구리)과 “건강한 에너지”(양익준)라고 말하는 두 사람, “영어공부 열심히 해 e-메일 주고 받자”며 어느새 친구가 됐다.



부천=기선민 기자

사진=강정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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