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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漁遊釜中

중국 한(漢)나라 순제(順帝·115~144) 시절. 장영(張<5B30>)이라는 자가 광릉(廣陵·현재의 揚州)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현지 태수(太守)의 폭정에 시달리던 수만 명의 주민이 가담했다. 반란군은 관부를 습격해 태수의 목을 자른 뒤 주변 지역으로 세력을 넓혀갔다. 순제는 평범한 선비였던 장강(張綱)을 광릉 태수로 임명한 뒤 반란을 진압하도록 했다. 그는 군사적 대응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갔다. 세금을 낮춰 주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장영에게도 군사적으로 토벌할 뜻이 없음을 전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장영이 투항을 결심했다. 신임 태수 장강 앞에 꿇어앉은 장영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전(前) 태수의 폭정에 시달려 주민들은 모두 떠돌이 유민이 됐습니다. 조정은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서로 엉켜 아옹다옹 살아야 했고, 마치 가마솥의 물고기처럼 간간이 탄식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相聚偸生, 若漁遊釜中, 嘆息須臾間耳)” 『후한서(後漢書)』 장강전(張綱傳)은 ‘장강이 그 뜻을 헤아려 반란 가담자에게 농사 지을 땅을 나눠 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여기에서 ‘탈출구가 없는 위험한 상황’을 뜻하는 ‘어유부중(漁遊釜中)’이 나왔다. 끓는 솥의 물고기라는 뜻에서 ‘어유비정(漁遊沸鼎)’이라고도 한다.



『초한지(楚漢誌)』에 출처를 두고 있는 ‘십면매복(十面埋伏)’도 같은 뜻의 말이다. 사면팔방이 복병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뜻. 한신(韓信)이 구리산에서 항우를 잡을 때 쓴 전술이 바로 ‘십면매복’이었다. 포위망에 갇힌 항우는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들으며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이 밖에도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를 표현한 말은 많다. 아침 이슬처럼 곧 사라질 위기를 뜻하는 ‘위여조로(危如朝露)’, 계란을 한 줄로 쌓아놓은 것 같은 위기를 의미하는 ‘누란지위(累卵之危)’ 등도 흔히 쓰인다.



지난 15일 열린 ‘건설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건설업 현황을 ‘어유부중’에 비유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 및 이에 따른 미분양 사태, 정부의 구조조정 등이 겹치면서 업계 전체가 위기에 처했음을 호소한 것이다. 건설업계가 위기의 ‘가마솥’에서 빠져나와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묘책은 없는 것일까.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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