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체벌 전면 금지, 어떻게 봐야 하나

학생 체벌은 교육적으로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폭력일 뿐일까. 서울시교육청이 각급 학교에서의 체벌을 전면 금지키로 한 방침을 놓고 교원·시민단체들이 저마다 환영과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학교 현장이 혼란스럽다. 체벌 금지 조치에 관한 찬성론과 반대론을 전교조와 한국교총 관계자로부터 각각 들어봤다.






찬성 “인권 존중 교육의 출발점”



체벌이 정당하다고 옹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체벌은 안 된다는 주장과 다만 생활지도상 불가피하다는 일부의 현실론이 충돌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학생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생을 고유한 인격체로 보느냐, 아니면 학생을 훈육(訓育)이나 관리 대상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요즘 학생들의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행동이 통제 불능의 상태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하라는 것은 학생지도를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체벌을 해서라도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는 것이 교육자적 소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른바 ‘최소한의 교육적 체벌론’이다.



체벌의 직접적 원인은 교사와 학생의 갈등이다. 갈등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소통할 수 없고, 갈등의 씨앗이 생기게 마련이다. 야간 자율학습 불참을 둘러싼 갈등, 두발 길이로 인한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수업시간 휴대전화 사용 문제로 갈등이 촉발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불손한 언행이 교사의 심기를 건드려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합리적 지도 기준이 없고, 교사의 자의적 판단에 근거해 지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교사의 지도가 정당한 기준에 근거할 때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학생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학생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과 집단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체벌에 의한 지도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교사는 체벌을 포기하기 어렵다.



체벌이 교육적일 수 있을까. 체벌은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의 감정을 격화시킨다. 체벌을 당한 학생은 육체적 고통 때문에 순종하지만 결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불안감과 공포, 정신적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체벌이 반복되면 무감각해진다. 폭력의 위험성에 둔감해지면서 학생의 인성 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체벌을 당하는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교육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체벌을 금지하면 추락한 교권은 어떻게 회복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체벌의 목적이 교권을 수호하기 위함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면 이런 논리는 당황스럽다. 체벌 금지가 교권 훼손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체벌 금지를 오히려 교권 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교권은 ‘교사가 정치나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리’를 의미한다. 또 체벌을 금지하면 교사를 교육의 방관자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교사의 학생지도가 체벌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는 심각한 주장이다.



최근의 잇따른 학생 체벌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근거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출발점이다. 학생의 인권 보장이 교사의 교권과 충돌하는 게 아니다. 개인의 인권은 다른 사람의 인권 보장을 전제로 한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인권이 아니다. 따라서 수업을 방해하는 어떤 행동도 인권의 이름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주체적 인간으로서 서로 도우면서 함께 행복해한다면 한쪽의 인권이 보장되고 커진다고 해서 다른 쪽의 인권이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 인권이 존중되는 풍토는 교사가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기회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체벌을 대체할 학생지도 방법을 찾기 위한 교육주체들의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조성범 전교조 편집실장






반대 “최소한의 학생지도권 박탈”



휴대전화 음악을 들으면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 교사가 교칙 위반을 이유로 지도를 하자 어차피 의무교육이니 자를 수 없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대드는 학생, 자기보다 약한 학생을 수시로 괴롭히고 폭행하는 학생…. 이들은 교사의 주의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 규칙에 따라 안전한 부위인 엉덩이를 두 대 정도 약하게 때린다. 그런데 이튿날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왜 내 아이를 체벌했느냐”며 거칠게 항의하는 것은 예사이고, 심지어 경찰에 고소해 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흔한 모습이다.



과연 엉덩이 두 대를 때린 교사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있는 학생지도권을 벗어난 것일까. 최근 논란이 된 초등학생 폭행 동영상은 그야말로 처벌받아 마땅한 폭력행위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방침에 따라 앞으로는 학교 규칙에 정해진 가벼운 벌, 경미한 체벌조차 교사의 정당한 지도방법으로 인정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현장 교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체벌 전면 금지에 반대한다.



우선 상위법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18조(학생의 징계)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타의 방법’은 학교 현장에서 교육적 체벌로 인식되고 있다. 또 대법원의 판결문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도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도저히 학생의 잘못을 교정할 수 없는 경우로서, 그 방법과 정도에서도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춘 경우에는 학교장의 위임을 받은 교사의 체벌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이를 무시하고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체벌 금지 방침은 타당성을 잃고 있다. 16개 시·도 중 서울만 전면 금지하는 것도 국가적 수준의 법령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사안의 성격과 결코 맞지 않다. 학생·학부모·교원들의 혼란과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둘째, 최소한의 ‘학생생활지도권’이 상실돼 ‘교육 포기’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 체벌 전면 금지 조치가 학교 현장에서 교실 붕괴 현상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교실이 통제되지 않아 교사의 수업권이 무력화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었다. 한국교총의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8명이 ‘교육적 목적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는 학교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조치일 뿐이다.



셋째,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가의 특성과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체벌 규정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은 공립학교에만 적용하던 체벌 금지 조치를 1998년 사립학교까지 확대한 바 있고, 독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집단체벌을 불허하고 있다. 일본은 체벌을 금지했지만 교사 지도에 불응한 학생에 대해서는 출석 정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텍사스·미주리주 등 23개 주는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고 있고, 싱가포르의 경우 여학생에 대한 체벌과 집단체벌은 금지하면서 학교장의 허락 아래 손바닥이나 옷 위 엉덩이에 가벼운 회초리로 매질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체벌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허용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비했던 탓이 크다. 체벌을 허용한다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르도록 규정할 것인가. 금지한다면 어떤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 이런 점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석진 한국교 총 교권국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