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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공정과 불공정 사이

공정거래위원회는 외국 전문지를 인용해 경쟁법 분야에서 자신들이 ‘세계 7위권’이라고 곧잘 말하곤 한다. 실제로 공정위는 굵직한 사건을 여럿 처리했다. 퀄컴·인텔 같은 다국적기업도 공정위 조사에 두 손 들었다. 해외 콘퍼런스에 나가선 이런 모범사례를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이런 공정위도 대놓고 자랑하지 못하는 게 있다. 하도급 분야가 대표적이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론 하도급 사건이란 사적인 거래의 불공정성을 따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약자인 중소기업을 핍박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법으로 딱 정해져 있는 반독점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는 성질이 다르다.



미국에선 우리처럼 하도급 거래의 불공정 여부를 경쟁당국이 따지지 않는다. 거래에 문제가 있다면 양자가 법원에서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공정과 불공정을 가르는 경계도 명확하지 않다. 글로벌 경쟁의 압력에 노출된 대기업은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납품업체를 너무 쥐어짜면 제 무덤을 팔 수가 있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적정단가가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경쟁당국도 마찬가지다.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공정위는 당국이 개입해 하도급 사건을 다루는 게 실제 피해구제에 효율적이라고 본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약탈적 행위를 막고 중소기업의 피해를 구제하는 데 법원에 의존하는 것보다 공정위가 나서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러는 게 비용이나 시간을 줄인다는 뜻이다.



그런 공정위가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조사에 대대적으로 나선다고 선언했다. 대기업의 약탈적인 불공정행위는 일벌백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너무 힘을 주면 스텝이 꼬일 위험이 있다. 정부가 사적인 계약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 합의된 선도 없다. 공정위의 한 간부도 “중심 잡기 참 힘들다”고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해치지 않고, 중소기업도 살리는 ‘솔로몬의 지혜’를 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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