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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 구직자들이여, 회사 먹여 살릴 각오 돼 있나

‘사람은 시장(市場)과 전장(戰場)에서 산다!’ 작가 박경리씨의 소설 『시장과 전장』이 던지는 명제다.



두 곳 모두 치열한 경쟁이 존재한다. 하지만 반드시 상대를 누르고 이기려고만 하는 장소는 아니다. 특히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숨소리가 느껴지는 곳이다.



필자는 30년간 대한민국 유통업의 한복판에서 직장생활을 이어왔다. 재래시장과 동네 영세상점의 성쇠, ‘꿈을 파는’ 백화점의 등장과 성장, 24시간 영업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의 편의점, 그리고 유통업체의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뒤바꾼 대형 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의 등장까지.



유통업의 변화란 결국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주부들이 선택한 결과라 믿는다. 유통업체들 역시 부단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시장을 발전시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왔다.



유통업의 변화사는 우리 경제의 성장사와 궤를 함께한다. 1960년대에는 최초의 근대화된 수퍼마켓이 서울 서소문에 등장했지만, 이후로도 계속 동네 영세상점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소비자의 욕구는 점차 다양화하는 반면 낙후된 운영 시스템과 서비스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발전을 채찍질할 만한 별다른 경쟁이 없었다는 점도 초창기 수퍼마켓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다.



유통업체의 본격적인 발전은 우리 국민 의식이 대폭 성장하게 된 80년대 이후 꽃을 피운다. 필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세븐일레븐’은 대한민국 최초의 편의점이었다. ‘24시간 영업’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던 80년대 말 문을 열었다. 핵가족화와 개방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등장한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들은 젊은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췄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다.



90년대 후반에 맞은 유통시장 개방과 2000년대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소포장 중심 상품 구색 등은 모두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생존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기업형 수퍼마켓의 등장도 대형마트의 장점인 저렴함과 핵가족을 넘어선 1인 가구의 증가라는 대세에 대한 유통업계의 지속적인 변화 몸부림의 결과로 봄이 옳을 것이다.



주요 통계에 따르면 필자가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30년 전보다 현재 유통시장 규모는 약 200배 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성장에 비해 아직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하드웨어의 성장에 맞춰 소프트웨어까지 성장했을까’라는 물음 때문이다.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대학원 필립 코틀러 교수의 책 『마켓3.0』이 세간의 화제다. 책은 산업혁명 이후 상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팔렸던 ‘마켓1.0’ 시대와 소비자의 역할이 중심이 된 ‘마켓2.0’ 시대를 거쳐 현재는 상품에 내재된 가치와 감성을 중시하는 ‘마켓3.0’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켓3.0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관행과 답습에 머무르는 기업은 사장되는 반면 변화와 창의를 우선시하고 끊임없이 변하려 노력하는 기업은 기회를 맞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필자도 항상 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 DNA’를 갖추라”고 요구한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변화와 혁신에 뒤지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은 분명하다. 혁신 사고를 갖춘, 그래서 마켓3.0 시대를 개척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마켓3.0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를 이끌 역량 있는 인재의 확보와 양성이다.



시장의 변화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기업은 최소의 투자로 큰 전과를 올릴 수 있다. 구직자들은 구인난을 말한다. 하지만 구직자 중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겠다는 각오와 의지로 일자리를 구하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오늘도 시장과 전장은 변화에 대한 요구들로 넘쳐난다.



소진세 롯데슈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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