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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받는 언론, 아이패드로 날개 달다

“나의 강한 신념 중 하나는 모든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건전한 언론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일부 신문의 뉴스 취재와 편집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이 나라가 블로거들의 나라로 추락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검증받은 언론의) 훌륭한 편집 기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워싱턴 포스트·뉴욕 타임스와 같은 매체가 계속 뉴스를 전달하고 사설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꼭 돕고 싶다. (아이패드는)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어렵게 얻은 뉴스 콘텐트를 (독자가) 돈을 내고 보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음악 분야에서도 그랬듯 소비자들이 뉴스 콘텐트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 할 것으로 믿는다.”



[스페셜 리포트] 아이패드 돌풍이 미디어 혁명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이 6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최한 ‘D콘퍼런스(All things Digital Conference)’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발언



전 세계에서 아이패드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초 태블릿PC인 아이패드가 미국부터 출시된 이후 2분기에만 327만 대가 팔렸다. 미국 등 1차 출시국 10개국에서만의 실적이다. 애플은 23일 오스트리아·홍콩·싱가포르 등 9개국에 추가로 아이패드를 공급한다. 출시 초기 흥행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던 애플의 경쟁사조차 이런 열풍에 두 손 들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아예 아이패드로 대변되는 태블릿PC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면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아이패드의 인기 비결은 뭘까. 아이패드는 우선 작동하기 쉽고 터치하면 바로 반응하는 직관성에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돌풍의 핵은 무엇보다 콘텐트 경쟁력이다. 특히 유력 신문·잡지 등 콘텐트가 검증된 언론과 아이패드 성능의 결합은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개최한 디지털 회의에서 “이 나라가 블로거의 나라로 추락하는 것을 보고 싶진 않다”며 검증받은 언론의 뉴스 편집 기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이패드로 주간지 ‘타임(TIME)’의 기사를 보는 장면(큰 사진). 화면에 손가락을 터치하면 책장이 넘어간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파이낸셜 타임스(FT)·타임·뉴욕타임스(NYT)·와이어드(Wired)·AP의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이다. [변선구 기자]
아이패드는 신문·출판 등과 융합되면서 미디어 혁명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이미 하루 일과를 아이패드로 시작하고, 끝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이패드 출시 대상국에서 빠진 한국도 미국에서 직접 공수한 영문판 버전이 확산되면서 미디어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단국대 안희진(53·어문학부) 교수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패드로 국내외 뉴스를 체크한다. 해외 유력 신문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어서다. 특히 뉴스 화면 사진을 클릭하면 연관된 동영상까지 나오는 역동성이 마음에 들었다. 무료 콘텐트를 선호하지만 권당 2∼3달러 주면 볼 수 있는 미국의 고급 잡지를 유료로 구독한다. 그는 “한국어 서비스가 보급되면 ‘월간중앙’ 등 국내 신문·출판 콘텐트도 돈 내고 볼 의향이 있다”고 했다.



◆검증된 콘텐트와 결합=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는 신문·잡지의 텍스트·사진·동영상을 한데 버무려 지금까지와 다른 미디어 환경을 서비스한다. 일반 인터넷 웹페이지처럼 제목과 내용의 일부가 노출되고, 특정 기사를 터치하면 전체 내용이 나오는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은 기본이다. 사진 부분에 손을 대면 관련 동영상이 나오고, 이름 등의 문자를 터치하면 프로필 등 더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아이패드를 구입하려는 미국인 2176명 중 64%가 신문·잡지를 읽는 데 태블릿PC를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력 있는 국내 블로거들의 콘텐트를 관리하는 태터앤미디어 명성은(37) 대표는 아이패드를 이용해 미국의 유력 IT잡지인 ‘와이어드(Wired)’ 등 몇몇 잡지를 유료로 구독하고 있다. 그동안 배송료까지 1년에 15만원 정도를 내면 잡지를 전달받았다. 이제는 권당 4.99달러에 발행 즉시 내용을 볼 수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잡지사들이 온라인 콘텐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 오프라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는 수준에 머물렀는데, 아이패드라는 혁신적 단말기가 나타나면서 그 고민을 깔끔히 해결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이패드용 맞춤 뉴스 콘텐트는 유료화가 기본이다. 대표적으로 WSJ는 아이패드용 모바일 신문구독료를 종이신문(월 29달러)보다 11달러 정도 저렴한 월 17.99달러로 책정했다. 로버트 톰슨 WSJ 편집장은 아이패드 판매 2주일간 3200명의 유료가입자가 WSJ앱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발행부수가 6만 부인 ‘와이어드’는 출시 하루 만에 전 세계에 무려 2만5000부, 일주일 만에 6만5000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인터넷 홈페이지의 가격과 동일한 주당 3.59달러를 책정했다.



◆고품격 콘텐트와 광고=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아이패드는 언론산업에 구원투수다. 전 세계 신문과 잡지들이 판매 및 광고수입 감소라는 곤경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은 신문·잡지가 아이패드용 앱을 통해 유치한 광고 단가가 인터넷 광고의 다섯 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USA투데이의 경우 메리어트호텔의 광고를 1000회 노출하면 50달러 정도를 받았다. 종이 지면의 컬러광고 단가의 절반 수준이지만 기존 인터넷과 비교하면 다섯 배다.



뉴욕타임스의 앱에 실린 JP모건 체이스의 카드 광고는 이용자의 15%가 클릭해 일반적인 웹 광고 클릭 수의 10배 정도로 나타났다. ‘보그’ 잡지를 발행하는 미디어그룹 콘데내스트는 독자들이 광고가 포함된 보그 잡지 한 부를 읽는 데 60여 분을 쓴다고 밝혔다. 일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네티즌이 잡지 한 부를 읽는 평균 시간은 3.8분에 불과하다. 브라이언 퀸 WSJ 신문부문 부사장은 “시장이 열리자마자 충분한 광고가 생겼다”며 새로운 콘텐트를 통한 광고 유치의 성공을 알렸다.



◆신문의 콘텐트 경쟁력 지속=전문가들은 콘텐트 경쟁력을 쌓아온 기존 언론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껴안으면서 콘텐트 유료화와 더불어 새로운 광고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신문 콘텐트의 경쟁력은 여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제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2006년과 2009년 영국에서 2000여 명의 뉴스 소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문 콘텐트를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을 얻었다고 밝혔다. 광고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6%가 ‘신문광고가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감을 준다’고 답했다. 맥킨지 서울사무소의 정영환 파트너(임원)는 “이번 조사는 신문처럼 전문적인 뉴스미디어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통해 정보의 전달자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곽동수 한국사이버대 교수는 “기존에 많은 독자를 보유한 언론들은 자신들만의 철학을 중심으로 트위터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하는 개방성을 가미해야 미디어 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명성은 대표는 아이패드를 “온갖 SNS가 널려 있는 기존 인터넷 사이트와 앞으로 태블릿PC들이 만들어 가는 미디어 세상은 다를 것”이라며 “정론 저널리즘이 가지고 있는 편집 기능과 신뢰성에 SNS가 가미되면서 폭발적인 콘텐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문병주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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