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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對人春風

이관규천(以管窺天)이란 말이 있다. 대롱(管)으로 하늘을 엿본다(窺)는 뜻이다. 관중지천(管中之天, 대롱 속 하늘)도 비슷한 쓰임새다. 좁디좁은 대롱 구멍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니 그 식견이 오죽할까. 춘추시대 천하의 명의(名醫)로 일컬어지던 편작(扁鵲)이 괵(虢)나라 궁정 의사의 좁은 소견을 탓할 때 썼던 말이다.



소인은 일이 잘 풀리면 내 탓이지만 안 되면 조상 탓으로 돌린다. 성공의 원인은 자신에게서 찾지만 실패의 원인은 바깥에서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군자는 제 잘못을 생각하지만 소인은 남을 탓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고 했다.



중용(中庸)을 보면 군자는 본성(本性)을 따르는 도(道)에서 잠시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군자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조심하며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도 두려워한다(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 숨은 것보다 잘 드러나는 건 없으며 작은 것보다 더 나타나는 건 없기 때문이다(莫見乎隱 莫顯乎微). 고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간다. 신기독야(愼其獨也)다.



당(唐)대 시인 유종원(柳宗元)은 군자의 처세와 관련해 ‘속마음은 방정하게 하고(方其中)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은 원만하게 하라(圓其外)’고 했다. 중국 교육계의 거물 황염배(黃炎培) 또한 아들에게 주는 좌우명에 ‘화약춘풍 숙약추상(和若春風 肅若秋霜)’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포근하게 대하되 원칙적으론 가을 서릿발같이 엄격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우리는 자신을 단속하는 말로 지기추상(持己秋霜)을 많이 쓴다. 자신을 가다듬음에 있어 가을 서릿발처럼 엄하게 하라는 것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라는 대인춘풍(對人春風)이 지기추상과 대구를 이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좌우명처럼 마음에 새겼던 말이라고 한다. 요즘 정치인 중에선 지난주 임명장을 받은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임기추상 접인춘풍(臨己秋霜 接人春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남은 용서하되 나는 용서하지 말라는 뜻이리라. ‘네 탓이오’가 아닌 ‘내 탓이오’의 책임 정치가 구현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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