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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이유 ⑦ 샤넬 J12


여자들이 긴 치마를 입고 다리를 가지런히 포갠 채 말을 타던 시절에 코코샤넬(브랜드 샤넬의 창시자 겸 디자이너)은 자신의 남자친구 승마용 바지를 개조해 입었다. 남성 속옷에 주로 쓰던 저지 소재로 드레스를 만들었고 지금의 수영복과 크게 다르지 않는 과감한 스포츠 룩을 선보였다. 코코 샤넬에게 혁신과 자유로움, 스포츠라는 단어가 매번 따라붙는 이유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시대를 앞서간 ‘샤넬 스타일’은 브랜드 샤넬의 제품들에 여전히 남아있다. 옷과 향수 다음으로 내놓은 시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J12가 그렇다.

J12는 샤넬의 대표적인 시계다. 샤넬의 첫 번째 스포츠시계이면서 남녀 공용 제품이며 세라믹을 소재로 썼다는 점에서 2000년 론칭 당시 큰 화제가 됐다. 그야말로 ‘샤넬 스타일’을 모두 갖춘 시계였다. 물론 세라믹을 시계 소재로 사용한 브랜드가 샤넬이 처음은 아니다. 첫 번째는 ‘라도’이고 J12는 두 번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12는 세라믹을 럭셔리 시계의 소재로 자리잡게 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J12 론칭 이후 2002년에는 세라믹을 소재로 한 샤넬의 화인 주얼리(고가의 주얼리) ‘울트라 컬렉션’이 출시됐다.

세라믹은 흠집이 적다. 다이아몬드의 모스(단단함을 측정하는 방법) 경도가 10등급이라면 세라믹은 9등급일 정도로 단단하다. 알레르기도 일으키지 않는다. 땀이나 약품 등에 의한 부식 걱정도 없다. 온도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세라믹으로 시계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J12는 손목을 편안하게 감싸는 스트랩 부분이 48개의 세라믹 링크로 구성돼 있어 작업하기에 더 힘들다. 이 링크 하나하나가 워낙 작고 견고해 보석 세공 못지않은 ‘장인 정신’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 스위스 시계 박람회 ‘바젤 페어’에서 선보인 J12는 스트랩·다이얼·베젤 등 거의 모든 요소를 세라믹으로 만들었다. 작은 세라믹들이 마치 블랙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제품이다. 세라믹 링크마다 모양이 다르고 각자의 시리얼 넘버가 들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작업이 얼마나 세밀하게 이뤄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J12의 세라믹은 스위스 라 쇼 드퐁 지역에 있는 샤넬 워크숍에서 만들어진다. 우선 샤넬의 상징적인 색상인 강렬한 블랙, 티 없이 깨끗한 화이트의 색감을 연출하기 위해 분말과 도료를 엄선한다. 형태가 어느 정도 잡힌 조각들은 1000˚C 이상의 화로에서 굽는다. 이 작업이 끝나면 다이아몬드와 견줄 정도로 단단한 세라믹이 나온다. 그후 세라믹을 조각하고, 뚫고 간 다음 광택의 굴절률을 높여주는 샤넬만의 폴리싱 기법을 거치면 부드러운 감촉과 광채가 살아있는 세라믹이 완성된다. 정교한 장인의 기술과 노하우가 담긴 첨단 스포츠 시계다.

세라믹의 광채는 J12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불멸의 광택이 나는 블랙 색상의 시계를 만들고 싶었다”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크 엘루(2007년작고)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과장되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심플한 시계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J12 제작에 꼬박 7년을 보냈다. J12는 요트경기 ‘J class’와 자크 엘루가 즐겨 탔던 12미터급 요트에서 따왔다.

J12는 블랙 색상 론칭 이후 2002년에는 크로노그래프와 다이아몬드 세팅을 추가했다. 2003년 화이트 론칭에 이어 투르비용·GMT·칼리브레 3125 등으로 매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으며 올해는 레트로그레이드 미스터리어스를 내놨다. 올 출시된 J12는 수심 300m 압력을 견딜 수 있으며 어둠 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하는 루미네슨트 시계 바늘과 블랙 세라믹 케이스, 충격에 강한 스크류 형태의 크라운과 러버 소재 스트랩 등 다이버 워치의 기능이 강화됐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제공=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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