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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홍준표 최고위원, 게임 끝난 뒤 룰을 탓하면 관객은 …

한나라당이 7·14 전당대회 후유증으로 연일 시끄럽다. 그 논란의 한 복판에 홍준표 최고위원이 있다.



전당대회 이튿날인 15일 홍 최고위원은 안상수 대표의 옆자리에 앉기조차 거부했다. 그는 “민심에 역행한 전당대회가 돼 유감”이라며 “야당 시절에 하던 비주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말 장맛비를 거치며 식지 않을까 했던 홍 최고위원의 비판은 19일에도 반복됐다.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경선 때 안 대표를 지원한 원희목 의원을 대표비서실장에 임명한 걸 문제 삼았다. 대표비서실장이라는 직책은 말 그대로 대표가 신뢰하는 사람을 쓰는 자리인데도 그랬다.



홍 최고위원이 안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라는 거였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안 대표는 20%의 지지를 받았지만 80%의 민심과 당심은 변화와 화합을 원한다”며 “불법, 탈법, 편법과 화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부분만 맞는다. 전대 경선에서 안 대표는 20.3%를 얻었다. 홍 최고위원이 말하는 ‘80%의 민심과 당심’도 여기에서 근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홍 최고위원의 ‘불복’이 정당성을 얻는 건 아니다. 전체 득표의 3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에서 1위는 나경원(23.9%), 2위는 홍준표(23.2%), 3위는 안상수(20.3%)였다. 홍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근거로 민심과의 괴리를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안 대표보다 2.9%포인트를 더 얻었을 뿐이다.



게다가 여론조사와 대의원 현장투표를 합산하는 방식의 경선 룰은 홍 최고위원이 위원장이던 당 혁신위에서 2005년 말에 만든 규정이다. 이 규정대로 강재섭 대표(이재오 전 의원과 경쟁)가 뽑혔고, 박희태 대표가 뽑혔다. 비록 안 대표와 홍 최고위원 간 표 차가 462표(2.2%포인트)였지만 몇 표를 얻든 1위 한 명만 대표가 되는 게 한나라당 경선의 룰이다. 홍 최고위원도 그걸 알고 경선에 뛰어들었다.



오죽하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가 “경선 룰은 자기들이 정하고 자기들이 승복하는 기초적인 것부터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며 실망을 금할 길 없다”고 쓴소리를 했을까.



홍준표란 정치인은 한나라당에서 ‘서민’이나 ‘민중’ ‘정의’란 단어를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원내대표 시절 ‘입법전쟁’으로 떠들썩할 때도 그의 방이 기자들의 사랑방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있었던 건 그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는 경선 불복이라는 트라우마가 짙게 남아 있다. 앞길이 구만 리 같은 홍 최고위원은 지금 그 트라우마를 들쑤시고 있다.



정효식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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