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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분단 현장을 가다] 155마일 신비의 생태기행 ③ 임진강 하구 습지

자유로를 끼고 우뚝 서 있는 해발 118m의 오두산 통일전망대. 그 바로 밑에서는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 북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가고 있었다. 전망대 주변은 남동쪽을 제외하고는 온통 강물과 갯벌, 갈대밭이다. 갈대밭과 도로 사이에는 경비용 철책이 겹겹이 쳐 있었다.



철책 시작점에 천연기념물의 터전 … 출입 막혀 ‘희귀생물 낙원’ 축복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을 지나는 문산천과 임진강 본류가 만나는 곳에 습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강 건너 장단반도는 DMZ가 시작되는 곳이다.
서울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불과한 가까운 곳이지만 일반인의 출입이 차단된 덕분에 하구 습지는 멸종위기 생물종들에게 자유와 안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 임진강변. 통일대교를 건널 때부터 여러 번 검문을 거쳐 도착한 이곳은 남북한을 가르는 DMZ의 서쪽 끝이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세워진 군 초소의 옥상에 올라서니 서쪽으로 흘러가는 임진강이 발 아래 내려다 보였다. DMZ 남방한계선이지만 철책의 서쪽은 북한, 동쪽은 남한 땅이다. 이곳 임진강변에서 북쪽으로 뻗기 시작한 철책선은 판문점까지 올라갔다가 방향을 동쪽으로 잡아 동해안까지 155마일 이어진다.



경계병의 날카로운 눈빛과는 달리 철책선 안쪽 DMZ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논과 밭이 자리하고 있었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습지로 변했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강변 갯벌과 이어진 곳에는 갈대와 억새, 달뿌리풀이 빽빽이 자라나 있었다. 군데군데 솟은 구릉에는 크고 작은 나무도 서 있었다. 가느다란 수색로만 없다면 DMZ 안은 자연 습지 그대로의 모습일 터였다. 임진강변의 장단면 거곡리 일대는 장단반도로 불린다. 임진강이 휘감아 돌면서 땅이 강 쪽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기 때문이다. 장단반도는 겨울철 독수리의 월동지로 유명하다. 한강하구와 파주 일대 생태계를 거의 매일 답사하며 활동하는 생태연구가 전선희(46·여)씨는 “매년 독수리 1100~1200마리가 장단반도를 찾아와 겨울을 지냈다”며 “하지만 2007년 개성공단에 전기를 보내는 송전탑이 건설된 뒤부터 독수리 숫자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독수리가 송전탑 전깃줄에 걸려 날개를 다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취재팀은 임진강 상류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DMZ 남방한계선은 아니지만 임진강을 따라 상류 쪽으로 철책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철책 너머 강변에서는 꿩이 새끼인 꺼병이를 돌보다가 취재차의 소음에 놀라 풀숲으로 숨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고라니가 풀숲을 서성이는 모습도 보였다.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는 장단반도 들판의 둠벙에는 금개구리 같은 희귀한 동물도 관찰된다.
철조망 덕분에 다양한 야생동물이 강변 풀숲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취재에 동행한 동북아식물연구소 현진오 소장은 “철책 너머 강변에 사는 고라니가 여름철 홍수가 나면 섬처럼 남은 갯벌 조각 위로 떼를 지어 몰려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일대교를 지나 강둑을 따라 이동하다 보니 북쪽에서 흘러내려온 수내천이 임진강과 만나는 곳이 있었다. 한국전쟁 전에는 임진강을 건너던 수내나루가 있던 장소다. 강변에는 버드나무와 가죽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전씨는 “북쪽으로 덕진산성 유적지가 있는 산지와 수내천, 임진강 갯벌이 만나면서 다양한 서식지를 갖추고 있다”며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 큰기러기,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조류 50여 종이 이곳에서 모두 관찰될 정도”라고 말했다. 조류뿐 아니라 족제비·삵·고라니 등 포유류도 서식한다.



나비잠자리
실제로 2010년 2월 겨울 철새 조사에서 한강과 임진강 하구에서는 모두 68종의 조류가 관찰됐다. 하지만 2008년 가을부터 강변의 버드나무 군락이 잘려나가고 깨밭으로 개간되고 있어 철새들이 줄고 있다. 특히 지난겨울에는 이곳에서 재두루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수내천 합류지점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임진강 한가운데에 섬이 보였다. 초평도다. 섬에는 버드나무와 미루나무 등이 자라고 있었다. 홍수 때에는 섬이 두 개로 나뉘기도 하고, 물이 줄고 얼음이 어는 겨울에는 고라니가 섬과 육지 사이를 건너다니기도 한단다. 현 소장은 “임진강 주변은 한반도 서쪽 끝의 마지막 산자락으로 평지와 산지가 이어지면서 보호해야 할 식물 군락이 많다”며 “보호구역 지정 등 국가 차원의 보존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강 쪽에도 습지 많이 발달=오두산 전망대에서 남쪽으로는 한강변 자유로를 따라 곡릉천 하구 습지와 산남습지, 장항습지가 이어져 있다. 곡릉천이 한강과 만나는 곡릉천 하구습지에서는 다양한 여름·겨울 철새가 발견되고, 특히 여름 철새인 뜸부기도 관찰된다. 또 이들 한강 하구 습지에는 고라니가 흔하게 관찰되고, 갯벌에는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도 서식한다. 장항습지에는 20여 년 전부터 버드나무가 자라기 시작해 이젠 제법 울창해졌다. 산남습지는 초지로 남아 있지만 버드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출입을 막아 한강 하구 습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온 철책이 내년 하반기에 철거될 예정이다. 철거 뒤에는 습지보호구역인 장항습지를 제외한 나머지 한강변은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대신 적 침투에 대비한 감시장비가 대폭 보강된다. 철책 제거가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와 관련 군부대에서는 덕양구 행주대교~일산서구 일산대교 사이 12.9㎞ 구간에 146억원을 들여 야간 감시용 열영상장비(TOD)와 폐쇄회로TV, 탐조등 등 75대의 감시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장항습지는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일반인 출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금개구리, 통발(왼쪽부터)
◆금개구리=서해안을 따라 습지와 논 등에 서식하고 있는 한국 고유종 개구리. 몸은 전반적으로 밝은 녹색이지만 눈 뒤쪽의 고막과 등에 튀어나온 옆선은 연한 갈색 혹은 금색이다. 웅덩이·수초 등에 서식하며 물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암수 모두 6㎝ 크기로 자라며 5월 중순에서 6월 사이에 번식한다.



◆통발=전국 각지의 연못·냇가·논도랑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 여름철에 노란 꽃을 피운다. 식충식물로서 벌레잡이통에 작은 벌레가 들어가면 오므라들어서 벌레를 소화한다. 뿌리가 없고 물 위에 떠서 자라며 줄기가 조금 뻣뻣하다. 일본과 중국 북동부에도 분포한다.






금개구리·애기마름 … 임진강 너머 들판은 희귀 동식물의 보고



“뜸~, 뜸~, 뜸~.”



지난달 17일 경의선 도라산역(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인근의 DMZ 남방한계선 부근 들판. 여름 철새인 뜸부기 울음소리가 모가 한창 자라고 있는 논 한가운데서 울려퍼졌다. 묵논(경작 안 하는 논)에서 자라는 습지 식물을 촬영하던 취재팀은 논둑을 따라 조심스럽게 소리가 난 곳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인기척 탓인지 뜸부기는 논둑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긴 채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계심이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장단면 거곡리 들판의 작은 둠벙(웅덩이)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파놓은 이 둠벙에서 금개구리는 식충식물인 통발 줄기 위에 앉아 숨을 쉬고 있었다. 등에는 황금색 옆줄이 선명했다. 생태연구가 전선희씨는 “지난해 이곳에서 금개구리 네 마리를 관찰했는데, 올해는 한꺼번에 16~17마리나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진강 너머 민통선 지역의 들판과 야산에서는 남쪽에선 보기 힘든 야생 동식물이 제법 많다. 거곡리 둠벙에는 예전 단오 때면 머리를 감는 데 사용하던 창포가 30~40㎝ 크기로 자라고 있었다. 창포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기도 하다. 둠벙에서는 막 짝짓기를 마친 나비잠자리도 눈에 띄었다. 알을 낳기 위해 수면에 닿았다가 다시 날아오를 때마다 작은 파문이 일었다.



전씨는 “산등성이 사이에 논이 있고 그 사이에 둠벙이 있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는 생태계”라며 “서식 여건이 잘 맞아 금개구리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주시 진동면 서곡리의 둠벙에는 흑삼릉과 애기마름이 자라고 있었다. 흑삼릉은 물가에서 자라는 부들과 비슷한 여러해살이 풀로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이다. 뿌리는 한약재로 사용된다. 애기마름은 수면 가득 앙증맞은 마름모꼴의 잎을 펼치고 있었다. 진동면 산기슭에는 두루미천남성도 자라고 있었다. 모두 네 포기로 큰 것은 키가 40~50㎝가량 됐다. 역시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로 조선 후기 숙종 때 장희빈이 마시고 죽은 사약의 재료로도 알려져 있다.



장단면 도로변 수풀 사이에는 키 1m가량에 줄기와 잎이 주황색을 띠는 천마도 발견됐다. “산삼보다 귀한 게 천마”라는 옛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보이는 대로 캐가는 탓에 산림청이 보호약초(9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뜸부기, 붉은발말똥게(왼쪽부터)
◆뜸부기=주로 습지에 살며 경계심이 강한 새다. 보통 새벽이나 저녁, 흐린 날에 잘 관찰된다. 깃털은 황갈색이며 다리는 연한 녹색, 눈은 붉은색, 부리는 노란색이다. 몸 길이는 수컷이 약 40㎝, 암컷이 약 30㎝ 다. 번식기에는 수컷의 부리와 머리꼭대기 사이에 붉은 이마판이 부풀어오른다.



◆붉은발말똥게=남해 서부와 서해 중부 이남의 바닷가 하구나 습지에 사는 바위게과 생물. 사각형의 등딱지(갑각)는 길이가 2.8㎝, 폭이 3.3㎝ 정도고 홈이 파여 있다. 집게다리가 붉은색을 띠고 있다. 아가미로 호흡하기 때문에 늘 물기가 있는 곳에서 지낸다.



특별취재팀=취재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동영상 이병구 기자envirepo@joongang.co.kr>

취재 협조 =국방부, 육군본부, 육군 제1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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