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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말러까지 … 바흐 뛰어넘은‘바흐 전문가’

필리프 헤레베헤의 연주곡 목록은 16세기 라소부터 20세기 말러까지 아우른다. [미디어신나라 제공]
‘가볍고 빠르게.’ 20세기 중반, 바흐를 비롯한 바로크 음악 연주에는 ‘다이어트’ 바람이 불었다. 당시에 쓰던 악기 그대로, 크고 거대한 음량 대신 빠르고 산뜻한 해석을 내놓는 ‘고(古) 음악’ 열풍이었다.

지휘자 필리페 헤레베헤(63)는 이 또한 고정관념이라고 봤다. 1984년 그가 녹음한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고음악에 대한 극단적 원칙주의에서 벗어나 세련된 바로크 음악을 들려줬다. 조금 느리고 무겁지만 바로크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정교한 음악이었다.

그는 ‘바흐의 규범을 제시했다’는 평을 들으며 고음악의 거장으로 자리잡았다. 이 앨범은 지금도 필청(必聽) 음반으로 꼽힌다. 헤레베헤는 이에 안주하지 않았다. 15년 후 같은 곡을 다시 녹음했다. 그의 해석은 좀 더 분명해졌다.

헤레베헤는 전화 인터뷰에서 “첫 녹음을 들으며 ‘바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모두 표현됐는가’를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됐기 때문에 다시 한번 녹음했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거기에 머무를 생각은 없다”라는 것이다.

그는 벨기에 헨트 대학에서 정신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던 즈음에 고음악 오케스트라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Collegium Vocale Ghent)’를 창단했다. 첫 번째 변신이었다. “의학을 할 사람은 많았지만 고음악을 제대로 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바흐의 작품으로만 80장의 앨범을 내놓으면서 대표적인 ‘바흐 전문가’가 됐다.

헤레베헤의 첫 번째 변신을 함께한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가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는다. “70년대에 우리가 바흐를 연주했을 때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진정한 오케스트라의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는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헤레베헤는 요즘 두 번째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그의 연주 스케줄을 짚어보면 슈만·쇼팽·말러 등 18~20세기 작곡가의 이름이 더 많다. 레퍼토리의 대확장이다. “바흐와 그 이전 시대의 음악 연주는 30% 정도죠. 사실 요즘에는 슈베르트·말러를 연주할 때 더 많은 청중이 자리를 채우거든요.”

바로크 시대 음악의 거장이 낭만·현대 음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는 계속된 변신의 원동력으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꼽았다. 피아노로 처음 음악을 접했던 시절 “가장 좋아하던 곡이 슈만과 드뷔시였다. 베토벤의 낭만적 후기 소나타도 즐겨 연주했다”고 돌아봤다. 어려서부터 여러 음악을 몸에 익혔던 것. 다양한 시대를 오가는 것 대해선 “모든 작품에서 최고 수준의 해석을 보여줄 수 있다는 즐거운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헤레베헤는 그럼에도 바흐를 클래식의 1순위로 꼽았다. “음악가에게 바흐는 배우에게 셰익스피어와 같습니다. 제 흔들리지 않는 않는 신념이죠. 음악의 기본이 들어 있거든요.”

그는 자신의 악단과 40주년을 기념하는 다섯 세트의 음반(아르모니아 문디)을 최근 내놨다. 오라토리오와 수난곡·미사곡·칸타타 등 그를 ‘바흐 스타’로 만든 연주를 종합했다. “곧 독립 음반 레이블을 하나 만들어 더 많은 녹음을 할 것”이라고 계획도 밝혔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는 ‘거장’의 또 다른 출사표였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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