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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외국기업 차별한다” 독일 기업인들, 원자바오 맹공

“외국 기업도 정부 입찰에서 동등한 조건을 부여받아야 한다.”



바스프·지멘스 CEO “규제 여전 … 시장 진입하려면 기술이전 강요”

“중국은 투자에 열려 있다. 해외 기업을 차별하지도 않았다.”



지난 주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수행한 독일 기업 대표들 간에 오간 대화다. 손님으로 중국을 찾은 독일 기업인들의 입에서 의례적인 덕담 대신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19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시안(西安)에서 원 총리를 면담한 지멘스·바스프 총수들은 작심한 듯 원 총리에게 맹공을 가했다. 포문을 연 건 세계적 화학기업인 바스프의 위르겐 함브레히트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는 중국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여전하고, 시장에 접근하려면 그 대가로 기술 이전을 강요받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보는 동반자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페터 뢰셔 지멘스 CEO는 “정부 조달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길 바라며, 자동차·금융 분야의 투자와 교역에 대한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 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중국의 투자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내 생각엔 그건 사실이 아니다”며 맞받아쳤다. 그러자 머쓱해진 메르켈 총리가 “서로 열려 있으니까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말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무마했다.



중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게 다국적기업이다. 이날처럼 중국 총리에게 대놓고 불만을 쏟아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요즘 전 세계 다국적기업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멘스와 바스프는 양사를 합쳐 지난해 중국에서 11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현지에서 3만6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더구나 함브레히트는 독일 업계 내 대표적 ‘친(親)중국’ 인사로 알려져 있어 이날 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2007년 메르켈 총리가 중국 정부의 기피 인물이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그는 “중국을 자극해 독일 기업의 이익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을 발끈하게 한 건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쩍 정부 공사나 조달에서 자국 기업을 배려하는 이른바 ‘바이 차이나’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멀트 회장도 최근 이를 근거로 중국의 보호주의 강화를 비판했다. 그는 이달 초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현지 기업인들과의 모임에 나와 “중국 정부가 자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의 성공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의문”이라며 불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와 다국적기업 간의 갈등이 당장 표면화될 것 같지는 않다.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다국적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멀트 회장은 자신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FT에 “중국은 GE에 아주 중요한 시장이며, 장기적으로 사업을 할 곳”이라고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투자 제한에 불만을 제기했던 지멘스의 뢰셔 CEO는 방중 동안 중국 전력설비와 트럭 생산 분야에서 3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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