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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의 세상읽기] 포퓰리즘에 갇힌 MB 부동산 정책

우려했던 일이 마침내 벌어지고야 말 모양이다. 주택시장이 침체를 넘어 마비 상태에 이르고 주택가격이 폭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택가격은 이미 22주 연속으로 내리막길이다. 값이 떨어지는 것이야 그동안 많이 오른 주택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치더라도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심각하다. 집을 팔기 위해 값을 낮춰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으니 주택시장은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것이나 다름없다. 올 상반기 중에 집을 팔 수가 없어 이사를 가지 못한 가구가 4만 호를 넘는다고 한다.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의 입주시기가 다가와도 살던 집이 팔리지 않으니 중도금과 잔금을 치를 길이 막막하다. 그래서 계약금을 떼이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택거래의 실종이 일으키는 파장은 깊고 넓다. 새 아파트의 분양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분양된 아파트에서도 입주 포기자가 늘면서 이미 고사(枯死) 직전인 건설업체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자칫하면 민간주택시장 전체가 몰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산층이 갖고 있는 자산 가운데 부동산의 비중이 9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가격의 하락과 거래의 실종은 또 다른 위험을 키우고 있다. 집 한 채 말고는 변변한 노후대책이 없는 중산층에 주택은 최후의 보루다. 유일한 자산인 주택 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값을 낮춰도 팔리지 않는다면 이들의 노후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노후를 잃어버린 세대의 좌절과 고통은 국가적으로도 감내하기 어렵다. 주택시장의 침체와 거래의 실종은 잠재적인 사회불안의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주택시장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노무현 정부가 쳐놓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의 덫에서 이명박 정부가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국민의 주거 안정’이 아니라 ‘집값 때려잡기’에 두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서민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대신 서울 강남 등 부자동네의 집값을 때려잡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주었다. 세금폭탄과 규제그물을 총동원해도 집값이 잡히질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로 대변되는 금융규제였다. LTV와 DTI의 규제비율이 지방과 수도권, 그리고 서울에 차등을 두고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 강남 3구에 엄격한 것은 이 같은 규제가 무엇을 노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이제 와서 LTV와 DTI 규제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덕분에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들 규제가 특정지역의 집값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는 사실을 덮지는 못한다. 문제는 시장경제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도 노무현 정부의 포퓰리즘적 부동산 정책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집값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며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가격’에 두었다. 노무현식 ‘집값 때려잡기’의 틀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그러나 집값은 주택수급의 결과를 나타내는 지표일 뿐 결코 정부의 정책 목표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시장경제를 한다는 선진국치고 주택가격을 정책 목표로 삼는 나라는 없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집값이 적정한지를 정부가 무슨 수로 판단하고 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수요에 맞춰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시장을 통해 주거를 얻기 어려운 서민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제 LTV와 DTI 규제는 정부 내에서 성역이 돼 버렸다. 주택시장이 마비되고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이들 규제를 풀자고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LTV와 DTI를 손댄다고 하면 대번에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겠다는 거냐”는 반론이 나올까 겁이 나는 것이다.

이 판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사코 붙들어 맸던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반기에 물가불안을 걱정해서란다. 그동안 LTV와 DTI 등 미시적인 규제정책으로 부동산값을 잡을 수 있으니 거시적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해도 문제가 없다던 입장과는 판이한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미 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금리마저 올렸으니 미시적 규제는 풀어야 마땅한 게 아닌가. 바로 이 지점이 가격을 목표로 삼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꼬이는 대목이다.

사실 그동안 금리를 낮게 유지한 데는 여러 가지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여기에는 금리 인상이 부동산 가격의 추가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내외 금리 차를 노린 외화자금의 유입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극구 자제했다는 이유가 더 컸다. 그러다 은행선물환 규제를 통해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막을 길이 생기자 서둘러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금리 인상의 후폭풍은 고스란히 부동산 담보대출과 부동산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3개월 만에 부동산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DTI를 포함한 금융규제의 완화책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집값 때려잡기에 매달린 업보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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