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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상반기 최우수상 이동현씨

상반기 결산에 참가한 이동현씨. [KBS제공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작고 허름한 가게에서 애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기타를 어깨에 메고 연주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노래실력도 프로급이다.

천안시 쌍용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동현(41)씨. 이씨는 최근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 상반기 결산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올 3월 ‘천안 무대’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호소력 짙은 음색이 청중을 압도했다. 이날 부른 노래는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였다.

이씨는 방송출연 후 유명인사가 됐다. 길을 가던 시민들이 ‘노래자랑 최우수상 아니냐’며 아는 체를 하기도 하고, 가게에 온 손님들이 노래를 한 곡 뽑아 달라 청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가끔은 가게에서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른다.

최우수상을 받던 날 이씨는 무대에서 큰 절을 올렸다. 아버지, 어머니께 받치는 절이었다. 아버지는 4년전 병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3년전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신다. 가족 모두 든든한 후원자였지만 그중에서도 아버지, 어머니가 가장 큰 힘이 돼 주셨다. 이씨는 결산전날 다른 노래를 부르려 했지만 방송국에서 ‘최우수상’원곡을 부르라고 해 ‘창밖의 여자’를 다시 불렀다. 때문에 이 노래가 사모곡, 사부곡이 돼 버렸다.

사실 이씨는 이미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다. 조용필을 유난히 좋아 했던 그는 고등학교시절 ‘7전8기’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산에서 선배가 활동하고 있는 밴드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빨래와 청소, 잔심부름만 했다. 얼마 뒤 정식 멤버로 발탁됐다. 이때부터 20년간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과 ‘라스트 찬스’, ‘불새’ 등에서 보컬로 활동하게 된다.

3년 전에는 ‘파워플러스’라는 밴드를 직접 결성해 인생최대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투병생활도 시작돼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이씨는 상을 받은 날 메달을 목에 걸고 어머니를 찾았지만 아들을 알아보진 못했다. 이씨는 “큰 상을 받아왔는데 어머니가 못 알아보신다”며 애통해 했다. 어머니는 잔칫날이면 ‘분위기 메이커’역할을 하는, 흥을 아는 분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마음이 더 아팠다.

그런 그가 올해 3월 가게를 열었다. 쌍용동에 ‘닭발지존’이란 간판을 달았다. 20년의 음악생활을 접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힘들었다. 나이가 들어 밤무대 생활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적은 벌이는 아니었지만 불규칙한 수입과 식구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현실이 싫었다. 이제는 초등학생이 된 딸(10)과 아들(9)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잔소리 한번 안하고 응원해주던 부인(37)에게도 큰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또 다른 장애물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자신의 닭발비법을 전수해준다 해주던 한 지인이 간판까지 올라가니 비법전수 비용을 달라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워낙 친했던 사람이기에 배신감이 더욱 컸다. 객지에서 익힌 음식솜씨가 전부였기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손님들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음식맛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이 때문에 더욱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지역의 내로라하는 집은 모조리 찾아다니며 맛을 연구했다. 덕분에 지금은 메인 메뉴 ‘닭볶음탕’이 인기를 끈다. 간판은 ‘닭발지존’이지만 사실 닭볶음탕이 가장 맛있다고 이씨가 귀띔을 해줬다.

천안시 쌍용동에서 ‘닭발지존’을 운영하는 이동현씨는 요즘도 기타를 가끔 잡는다. 손님들의 요청에 노래를 한소절씩 뽑기도 한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에게 식당은 새 무대가 됐다. [조영회 기자]
그는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무대에 섰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상 하나만 받으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판적으로 보는 이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자식과 가족을 생각해야 했기에….

이씨는 요즘도 기타를 가끔 잡는다. 노래도 불러본다. 하지만 주방의 부엌칼과 도마가 더욱 가깝다. 가족들을 위한 꿈을 먼저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글=김정규<기자newgyu@joongang.co.kr>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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