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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21세기 여피족 뺨치네, 명나라 말기 ‘좀 놀았던’ 한 사내

 룽산으로의 귀환
조너선 스펜스 지음
이준갑 옮김, 이산
349쪽, 1만8000원


명말 청초를 살다간 장다이(張岱)와 그의 시대 이야기인데, 초점은 만주족인 청나라 등장 이후로 모아진다. 명나라 멸망 뒤 장다이의 삶은 셋 중 하나였다. 청에 투항하거나 대항하기, 아니면 세상을 은둔한 채 사는 방법. 이 셋 중에서 룽산에 돌아와 여생을 살기로 한 그는 『사기(史記)』의 사마천을 모델로 해서 명나라 역사를 복원하려 한다. 소일거리로 시작했던 이 작업이 주목받는 기전체 역사서 『석궤서』『석궤서 후집』의 탄생으로 이어졌는지에 저자는 주목한다.

지은이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관심 많은 미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 히트작 『왕 여인의 죽음』 『강희제』 등에서 보듯 조너선 스펜스 역사책의 특징은 문학과 역사의 중간쯤이다. 즉 스타일이 살아았는 역사책으로 거창한 역사인물이나 연대기 혹은 드라마틱한 사건 대신에 역사를 살다간 보통 인물의 디테일로 충만하다.

무엇보다 명나라 말 중상층 계급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웠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장다이는 저장성 룽산의 명문가문 맏아들이었다. 과거엔 합격하지 못했지만 괜찮은 집안의 도련님인 그의 삶은 알토란 같았다. 나이 스물다섯에 투계(鬪鷄)모임을 만들었다. 닭싸움은 오래 전 당나라 황제 현종도 푹 빠졌던 취미인데, 장다이가 더 좋아했던 건 민물 게 시식 동호회다. 음력 10월 게 여섯 마리씩을 할당 받아 맛과 향을 살린 조리로 동호인끼리 경쟁했다. 사냥도 즐겼고, 음악·시작(詩作)동호회에도 열심히 참가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가문 대대로 가극을 즐긴 탓에 극단도 운영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17세기 초 중국사회 삶의 질이 21세기 어느 여피족에 못지않다. 풍부한 물산(物産)과 교양계층이 존재했다는 것이 분명하다.

지은이는 “장다이에게 생애 대부분은 화려한 구경거리였고, 진리는 심미적인 것이었다.”(62쪽)이라고 밝힌다. (사족이지만, 당시 조선의 형편은 크게 대조적이다. 장다이 직전에 태어났던 조선의 재상 유성룡은 집안에 쌀이 떨어져 어머니 상을 치르기 버거웠고, 조정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했다.)

본래 역사에 기록될만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석궤서』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장다이의 삶을 조명한 책은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거창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역사가들이라면 애시당초 책의 소재로 삼지도 않을 것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스토리 아닌 스토리’가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한 시대의 정보로는 이쪽이 더 얻는 게 많을 수도 있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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