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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때까지 한다’ 구본무 회장 뚝심의 승리

2007년 3월.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은 전 세계 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업체 선정 작업에 나섰다. LG화학을 포함해 25개 업체가 후보에 올랐다. 그해 6월 LG화학과 독일 콘티넨탈사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로 업계의 거인인 콘티넨탈에 비해 당시 누가 봐도 LG화학은 열세였다.

하지만 1년 반 뒤인 2009년 1월 최종 승자는 LG화학이었다. LG화학은 이후 중국 장안기차, 볼보 등 6개 자동차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가 됐다. 13일(미국 현지시간)엔 미국 포드도 LG화학을 택했다. 올해 말까지 거래기업을 1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LG화학 배터리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배터리 셀(Cell)을 검사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의 전기차용 2차 전지는 리튬이온폴리머 전지로 일본 업체들의 니켈수소 전지에 비해 50% 이상 높은 출력을 낸다. 무게는 니켈수소 전지의 절반 수준이고, 부피도 60% 선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작고 강한 배터리’다. 게다가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자동차 업체들이 선호한다. 이런 점을 앞세워 LG화학은 일본 업체들을 물리치고 GM·포드 등에 독점 공급하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서 내년에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5년에는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연구인력(해외 포함) 1400여 명 가운데 2차 전지 분야 인력만 500여 명이다. 올해만 400여 명의 연구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연구개발(R&D)에 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3일 LG화학의 포드 납품 소식을 전하면서 “GM에 이은 LG화학의 두 번째 큰 승리(Big Win)”라고 평가했다.

◆“사업을 접는 것이…”=LG가 2차 전지 개발에 처음 손을 댄 것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차 전지 강국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국가적으로 기술 유출을 금지하고 있었다. 개발 초기 연구진들은 일본 장비업체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어떤 장비가 사용되고 어느 제조회사에 납품되는지를 알아냈다. 99년 국내 처음으로 2차 전지 생산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보다 여전히 10년가량 늦은 상태였다.

2001년 11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30층 회의실. 구본무(얼굴) LG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LG화학의 2차 전지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2차 전지 사업의 성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 대표는 “적자를 감수하며 계속 사업을 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해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2006년 2차 전지 사업부문이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자 다시 “안 되는 건 역시 안 되는 거다”라는 말들이 나왔지만 구 회장은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계속 밀어붙였다. LG화학의 2차 전지 사업은 오너 리더십에 ‘될 때까지 한다’는 LG의 새로운 ‘도전 DNA’가 접목해 나타난 성과인 셈이다.

◆2차 전지는 한·중·일 각축전=2차 전지는 모바일 기기,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시장 규모는 2010년 123억 달러에서 2020년 779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의 모바일 IT용의 소형 2차 전지에서 전기차 등에 쓰이는 중대형 제품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기차용은 2010년 28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302억 달러로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20년까지 2차 전지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에 민관 합동으로 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 다.

염태정·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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