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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한 지붕 두 가족 금융위 vs 금융감독원

서울 여의도의 금융감독원 건물.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 가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두 기관이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 힘 겨루기와 밥그릇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청사를 함께 쓰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얘기다. 이미 감독기구 출범 이후 10년간 이어지고 있는 해묵은 갈등이다. 특히 과거엔 한 명이 겸임하던 수장(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을 이번 정권 들어 따로 두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금융위는 말 안 듣는 금감원의 권한을 줄이려고 하고, 금감원은 이를 안 빼앗기려고 버티는 싸움이 올 들어서도 여러 건 눈에 띈다. 책임은 상대에게 미루고, 권한은 서로 가지려고 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금융감독기구가 나뉘어 있는 시스템은 기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감독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오전 금융감독원은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잡았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보통 주요 사안을 설명할 때는 임원급들이 나왔지만 이날은 김광식 공보실 국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다.

김 국장은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관계 행정기관에 자료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배경 설명에 나선 조영제 일반은행서비스국장은 “자료 요청은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가 할 수 있도록 법에 돼 있 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금감원을 감독하는 금융위에선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이번 사안은 금감원이 독자적으로 검찰 자료 요청을 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발표문 중 “금융위와 협의하겠다”는 문구를 빼라고 요구했음에도 금감원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집어넣었다고 강력히 불만을 표시했다. 익명을 원한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금융위에 떠넘기고 있다”며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안 지려는 금감원의 보신주의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두 금융당국은 라 회장 조사 문제를 두고도 이렇게 맞서고 있다.

◆힘 겨루기=라 회장 조사 건은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금융 감독기관 간의 신경전이 수면 위로 살짝 드러난 데 불과하다. 게다가 이런 대립은 처음이 아니다. 금융위는 금감원 권한을 일부 가져오려고 하고, 금감원은 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 기본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좋은 예다. 금융위의 용역을 받아 발표한 이 보고서에서 KDI가 금감원 외에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한 게 논란이 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소비자서비스본부를 새로 만드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 금융회사 제재권을 두고는 정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 권한 일부를 금감원장에서 금융위로 넘기는 은행법을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게 발단이었다. 당시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지만, 이어 금융위가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금감원 노조가 들고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나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감독 기능을 포기할 순 없고, 전문성 때문에 공무원이 직접 담당하긴 어렵다 보니 이를 나눠 놨다”며 “태생부터 갈등 소지가 있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장이 금융위에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가게 돼 있는 제도도 기형적이다. 마치 검사와 판사를 한 사람이 도맡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제재를 하자는 기관의 장이 제재 여부와 그 적절성을 심의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뜻이다.

익명을 원한 한 교수는 “금감원은 일종의 금융위 하부 수행기관”이라며 “그런데 금감원이 정보를 독점하고 밥그릇을 챙기다 보니 불협화음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가진 정보를 금융위 등과 바로 공유해야 하는데, 이를 쥐고 있다 보니 갈등이 불거진다는 지적이다.

◆낙하산 감사 논란 계속=금감원은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데는 열심이라는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 낙하산 인사 탓이다.

지난 5월 25일 신한금융투자는 회사 홈페이지에 상근감사위원 공모를 했다. 관련업계 전문지식을 가진 10년 이상 종사자와 변호사·회계사 자격 소지자 및 학계 5년 이상의 경력 자격 조건을 내걸었다. 공모 결과 응모를 한 사람은 세 명. 모두 금감원 출신이었고 이의성 전 금감원 국장이 선임됐다. 동양생명도 금감원 김상규 전 보험검사2국 부국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공모를 했지만 김 전 부국장 혼자만 응모를 했다.

공모제를 해도 금감원 출신들만 공모에 참여해 공모제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공모제를 실시한 이상 금감원 출신 퇴직자(예정자)들이 응모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공모제를 통해 선임 과정이 투명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감사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감사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금감원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계 관계자는 “감사위원회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면 금감원 퇴직자들은 준법감시인 자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준법감시인이 감사보다는 처우나 보수가 낮아 금감원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원배·한애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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