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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금감원 공정성·투명성 도마에 올라

“규범기관이 돼야 할 텐데 권력기관이 돼버렸다.”

한 금융계 원로가 금융감독원에 던진 쓴소리다.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의 핵심 역할은 법규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건전한 경영을 하도록 검사와 감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회사 위에 군림하면서, 더 높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기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권력층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기라도 하면, 감독과 검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곤 한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조사하느니 마느니, 하는 논란도 그런 맥락에서 불거진 것이다.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은 이미 지난해 초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고 지난 4월 국회에서도 쟁점이 됐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금감원은 조사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야당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자 12일 검찰에 자료 요청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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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금감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라 회장의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종창 원장이 이런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 해명하기 바쁜 상황이 된 것이다.

감사원도 이 문제를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 6월 23일 국회 법사위에서 “라 회장 사건을 조사하지 않은 금감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질의에 “앞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감사할 때 (라 회장 관련 부분을) 모니터링해서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감독기구로서 위법 행위를 확인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텐데, 안 하거나 미루다가 뒤늦게 문제를 키운 셈이다.

익명을 원한 전직 재무관료는 “감독당국이 내부적으로 검토해 조사를 못 하겠다고 판단했으면 끝까지 방침을 지켰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압력이 들어오자 바로 손을 들어버렸다”며 “제대로 된 논리도 없고 일관성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일관성을 잃은 건 라 회장 사건에서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우리은행에 대한 사전검사와 6월 본검사를 거쳐 9월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에 대해 거액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봤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내렸다. 사전검사부터 징계까지 4개월 정도의 ‘패스트 트랙’이었다.

반면 지난해 12월 사전검사에, 올 1~2월 본검사를 실시한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해선 아직까지 제재 안건을 상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핵심 당사자인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13일 퇴임할 때까지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조직개편에 따라 국민은행 검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바뀌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원한 전직 금감원 간부는 “사람 떠난 뒤에 제재하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이렇게 눈치를 보면서 제재를 하지 않으면 그동안 제재를 받은 사람들은 뭐가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금감원의 일선 직원들은 국민은행에 대한 제재가 늦어지는 것을 놓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면, 이를 운용하는 곳은 권력기관화되기 쉽다. 법은 재량에 가리고, 규정은 ‘높은 곳’의 의중에 밀린다. 권력기관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보다 밑에 있는 곳에 대해서는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검사 과정에서 강정원 전 행장의 운전기사 2명을 야간에 불러 2시간45분간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강 전 행장의 관용 차량 사용 비리 의혹을 확인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계에선 조사 과정이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검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을 과도하게 붙잡아 놓고 조사를 한다”는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금감원의 권력은 막강한데도, 영향력이나 권위는 위축되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사들을 굳이 조사하거나, 제재하지 않고도 미리미리 큰 사고를 피하도록 유도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못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 금감원에 부족한 것은 금융회사에 대한 ‘도덕적인 설득’ 노력이다. 이는 관치와는 다르다. 금융회사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을 때 감독기관으로서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 전에 당사자가 결자해지하도록 기회를 주라는 거다. 지금 금감원은 이를 전혀 못 하고 있다.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금융계 원로)

동국대 강경훈 교수는 “금감원 이외에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가 돌아가며 금융회사를 검사하는 교차감독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제재를 받는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소명권 등 권한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감독체계를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금감원이 권력과 정치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선 금감원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를 민간기구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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