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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 희미한 기억을 건드리다

구수한 빵 냄새가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뚜렷한 스타도 없고,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쏟은 대작도 아닌 KBS 2TV의 수목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이하 제빵왕)’가 시청률 30%를 웃돌고 있다. 하반기 최고 화제작이다. 제빵기업 회장의 서자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최고의 명장이 된다는, 다소 뻔한 성공담에 시청자들이 빠져든 이유는 뭘까.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이어 ‘제빵왕 김탁구’로 인기 상승 중인 윤시윤. [KBS 제공]
◆드라마는 역시 캐릭터=첫 회 당시 14.3%(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출발한 ‘제빵왕’의 시청률은 지난주 33.4%(7일)에 이르렀다. 같은 시간대 SBS의 ‘나쁜 남자’(7.0%), MBC의‘로드 넘버원’(6.3%)를 크게 앞질렀다. 현재 2주 연속 주간 시청률 1위다. 올 상반기 30%를 넘긴 드라마는 퓨전 무협극 ‘추노’ 뿐이다.

방영 초엔 “대진운 덕분”이라는 평이 우세했다.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로 ‘나쁜 남자’는 3주 동안 결방됐다. 130억원을 투입한 ‘로드 넘버원’은 “멜로도 전투도 어중간”이라는 비판 속에 부진했다.

횟수가 거듭하자 ‘제빵왕’ 나름의 매력이 부각됐다. 단순한 선악 구조에 불륜·납치·성폭행 등 ‘막장 코드’가 겹쳐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러 넣었다. 특히 초반 전광렬(구일중 역), 전인화(서인숙) 등 중견 배우와 오재무(어린 탁구)·신동우(어린 마준) 등 아역의 호연이 기여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막장 코드’의 자극성에 ‘성장 코드’의 희망이 결합하면서 진부해 보였던 캐릭터와 스토리가 흡입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착한 사람의 성공=약자가 주인공인 여느 드라마와 달리 ‘제빵왕’은 복수의 코드 대신 화해와 성공의 메시지를 선택했다. 서자이자 가문에서 버림 받고 친모까지 잃은 탁구는 12년간 밑바닥을 헤맨다. 그래도 “결국엔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잊지 않는다. 드라마는 “니가 그러길 원하면 그런 세상이 맞을 거야”(스승 팔봉)라고 격려한다.

탁구의 순진함은 무한경쟁시대에 되레 신선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요즘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아버지를 죽인 상사 밑에서 복수의 칼을 갈거나(SBS ‘자이언트’), 복수의 일념으로 한 집안의 장녀와 막내딸을 동시에 유혹하거나(‘나쁜 남자’), 자신을 버린 남자의 장모가 돼 옛 연인을 복수하는 (MBC ‘황금물고기’) 등등, ‘복수의 화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제빵왕’이 그리는 ‘착한 사람의 성공’에 몰두하는 시청자들을 ‘언더독 효과(약자 동정)’로 풀이한다. 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선한 약자가 악한 강자를 물리쳐 주길 바라며 응원하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에 이르던 시절’에 대한 동경, 판타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빵왕’의 배경인 1970~80년대는 고도 성장에 따라 오늘날보다 신분 상승이 원활했던 때다. 김문조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경제·사회적 변화로 ‘사회적 이동’의 희망을 잃은 요즘 사람들에게 탁구의 성공은 동경과 향수를 주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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