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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CEO’ 아이돌 <상> 연예계 점령한 ‘토털 엔터테이너’

아이돌이 우리 대중문화를 장악하고 있다. 예능과 음반 활동을 기반으로 드라마·CF·뮤지컬·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본·동남아 등에서 한류 열풍을 주도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블루칩으로도 떠올랐다. 우리 시대 아이돌은 어떤 과정을 거쳐 ‘대중문화 CEO’에 이르렀을까. 본지가 엠넷미디어와 공동으로 대한민국 아이돌의 실체를 대해부했다. 아이돌의 성장 패턴을 분석하고, 한국형 아이돌 양성 시스템의 빛과 그늘을 두루 살펴봤다. 대한민국 아이돌의 모든 것을 3회에 걸쳐 싣는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 스타의 분만실이었다. TV 리얼리티·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의 활약 여부가 아이돌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주요 잣대로 입증됐다. 본지가 엠넷미디어와 공동으로 아이돌 그룹의 경력 흐름을 분석한 결과 예능 프로 출연이 아이돌 성장의 핵심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5월 엠넷 종합차트를 기준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11개 아이돌 그룹(슈퍼주니어·소녀시대·빅뱅·2NE1·2PM·2AM·카라·티아라·애프터스쿨·비스트·씨엔블루)을 선정해 이들의 경력 사항 408개의 추이를 살펴봤다. 이들 그룹 가운데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첫 1위에 오르기까지 예능 프로그램을 한번이라도 거친 그룹은 모두 9개에 달했다.

걸그룹 열풍을 이끈 소녀시대. 이들은 30~40대 남성들을 끌어들이며 ‘삼촌팬’이란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중앙포토]

실력파 아이돌 그룹 빅뱅. [SM엔터테인먼트·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중앙포토]
◆춤·노래·연기 3박자=첫 1위를 달성한 다음에는 CF 진출이 활발했다. 예능을 중심으로 CF·음반 활동을 병행하며 드라마·뮤지컬·영화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가는 양상을 보였다. 11개 그룹의 경력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CF(142건)▶예능(100건, 고정 출연 기준)▶음반(88건) 순이었다. “고정 출연 외에 게스트 출연까지 포함할 경우 이들의 예능 출연 건수는 300~400건을 상회할 것”이란 게 엠넷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예능 출연은 아이돌 그룹의 명운을 결정짓기도 한다. 2008년 7월 ‘이 노래’란 싱글 앨범으로 데뷔한 2AM은 초기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멤버 조권이 MBC ‘세바퀴’ 등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특유의 춤과 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조권과 가인(브라운 아이드 걸스)이 가상부부로 출연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인기를 끌면서 2AM의 인지도 역시 급상승 했다.

이 방송은 올 초 2AM이 ‘죽어도 못 보내’란 노래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 첫 1위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 많다. 이 곡은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제치고 노래방 애창곡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조권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기가 급상승한 2AM. [SM엔터테인먼트·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중앙포토]
예능 프로는 아이돌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7월 현재 방영 중인 지상파 3사의 주말 예능 버라이터 프로그램 14개 가운데 아이돌 멤버가 한 명이라도 출연하는 프로는 10개에 달했다. 또 이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MC와 보조 MC 142명 가운데 44명(32%)이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나타났다. 아이돌은 예능을 통해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드라마·뮤지컬·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2AM의 정진운은 “예능이나 드라마 등에 출연하는 것은 음악 활동을 알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폭발적 흥행, 그늘은 없나=아이돌의 파워는 음악 이외의 장르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 특히 최근 들어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뮤지컬의 경우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지 않으면 흥행하기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이다.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모차르트), 소녀시대의 제시카(금발이 너무해), 샤이니의 온유(형제는 용감했다), 소녀시대의 태연(태양의 노래) 등이 출연한 뮤지컬의 경우 아이돌이 출연하는 날의 유료 관객 점유율은 평균 96%에 달했지만,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은 날의 경우 유료 점유율이 70% 안팎에 머물렀다.

드라마와 영화도 아이돌의 주요 무대로 떠올랐다. 11개 아이돌 그룹이 지난 3년간 출연한 드라마는 모두 26편에 달했다. 빅뱅의 탑(최승현)은 지난해 드라마 ‘아이리스’ 출연에 이어 올 6월 영화 ‘포화 속으로’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중이다. CF 역시 주로 치킨이나 학생복 광고에 머물던 과거와 달리 휴대전화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안성기 등 세대를 초월한 스타가 주로 하던 삼성 휴대전화 광고가 2NE1·2PM 등 아이돌 스타들에게 넘어간 게 대표적인 예다. 아이돌이 대중문화 전체 장르를 주무르는 ‘토털 엔터테이너’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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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의 그칠 줄 모르는 확장세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러 장르에 한꺼번에 도전하느라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여성 6인조 티아라의 멤버 지연은 자신의 트위터에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젠 멈춰야 할 듯”이란 글을 남겨 팀내 불화설이 제기됐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아이돌의 흥행력이 대중음악계를 버티게 하는 힘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일정에 대한 완급 조절과 멤버들에 대한 인간적인 처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글=정강현 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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