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해외투자자 관심 끌기 위한 에너지는 국민에게서 나온다”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신호이론이 미국 경제학자 베블런의 과시소비이론과 맥이 닿는다고 했다. 남들보다 돋보이거나 뽐내고 싶어서 비싼 물건일수록 사려고 드는 인간의 심리를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의 2009년 국내총생산(GDP)은 8239억 달러로 세계 15위 수준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발표한 2009년 글로벌 100대 기업에 한국 기업 네 곳이 올랐다. 조선·자동차·전자·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일류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도 좋다. 내수와 수출이 함께 호조를 보이면서 정부는 올해 5.8%의 경제 성장을 예상한다. 그런데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이 받는 대접은 영 시원찮다. 지난달 주식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이 불발된 데 이어, 한국 국채의 씨티그룹 글로벌국채지수(WGBI) 연내 편입도 무산됐다. 한국 경제의 모습과 글로벌 시장에 비춰진 이미지는 왜 이렇게 다를까. 어떻게 하면 한국 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을 글로벌 시장 참여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정보의 비대칭성을 연구하는 정보경제학의 대가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한국의 펀더멘털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마법(magic bullet)은 없다”고 말했다. “매우 오래 걸리고 더딘 과정”이라는 표현도 했다. 그는 12~13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기획재정부가 대전에서 개최한 ‘아시아 콘퍼런스’에 참석차 방한했다.

스펜스 교수는 정보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도 경제 주체가 ‘신호(signal)’를 통해 정보 격차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신호를 보내야 할까.

“기업이 상장(IPO)을 할 때는 애널리스트의 관심을 끄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해당 기업에 대한 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투자자의 관심도 생긴다. 마찬가지로 한국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의 풀(pool)을 충분히 만들어야 한다. 외국계 금융회사나 사모 펀드, 재무적 투자자 등 주요 이해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다양한 언어로 이들과 소통하고 흥미를 끌어야 한다. 마법은 없다. 이는 매우 오래 걸리고 더딘 과정이다.”

사실 이건 정부가 한국 경제 해외설명회(IR)를 통해 늘 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스펜스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에너지는 해당 국가의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고, 법률 시스템이나 시장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이런 에너지를 많이 제공한다.”

그는 한국 경제의 기반이 튼튼해 향후 전망이 매우 밝다고 했다. “성공적으로 경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거시 경제도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중국 등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향후 성장으로 연결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공공 부문의 자신감, 민간 부문의 역동성, 성장지역과의 연계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펜서 교수는 “한국 경제가 고소득 국가에 진입해 이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구조로 바뀌면서 10년 전 같은 고성장은 힘들 것”이라면서 “그러나 성장은 더디겠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은 밖에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아닌 선진국의 침체”라면서 “선진국의 경우 더디게 진행되는 회복세는 견딜 수 있지만 다시 한번 급격한 충격이 오면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루 뒤인 13일 아시아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스펜스 교수는 글로벌 균형성장에 대한 회의론을 폈다. 그는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된 글로벌 성장을 최우선 순위로 뒀지만, 성장 측면에서 보자면 패배할 것 같은 어려운 전투”라고 말했다. “재정 정책에 대한 회원국 간의 의견 불일치 때문이 아니라 국가별로 성장의 요소가 다르고 개발 단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3~5년 동안 경기를 회복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선진국들은 이러한 성장 전략과 재정적 전략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선진국들은 예비 타이어 없이 사막을 달리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지금 금융위기 이후의 ‘뉴 노멀(New Normal)’로 가는 험난하고 먼 여정에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G20 토론토 정상회의 선언문은 상당히 길고 적절한 단어들이 사용됐지만 어떤 경로로 이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전=서경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마이클 스펜스는=1943년 출생. 1973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0년간 이 대학에서 강의했다. 이후 하버드대 인문대학장을 맡아 학사 행정과 학교 운영에 전념하다 스탠퍼드대로 옮겨 경영대학원장을 맡았다. 경제학에 ‘신호’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신호이론을 바탕으로 정보경제학이라는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 공로로 조지 애커로프, 조셉 스티글리츠와 함께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