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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작된 ‘방학전쟁’

“일찍 일어나라.” “게임 그만해라.” “공부 안 하니?”

방학만 되면 자녀와 엄마 사이를 갈라놓는 3대 적(敵)이 있다. 바로 늦잠·게임·학습 스트레스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엄마표 잔소리 주의보’에 많은 가정이 긴장한다. 여름방학 3대 적을 ‘적’으로 규정해 다투지 말고, 조율 대상으로 삼아 슬기롭게 극복할 방법을 찾아봤다.

방학이면 ‘게임’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하도록 허락한 시간에는 억지로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황정옥 기자]
늦잠 1시간 더 자게 해라

박건우(경기도 용인 나곡중 1)군은 방학에 종종 늦잠을 잔다. 엄마 이성아(40·경기 용인시)씨는 건우를 깨우기 위해 스킨십과 대화법을 이용했다. 잠이 덜 깬 아이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거나 등에 업고 거실로 나오기도 한다.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지 않고 “많이 피곤하지. 엄마도 힘든 거 알아”라며 위로한다.

방학이면 아침 잠을 깨우느라 시끄러운 가정이 많다. 하지만 부모교육 전문가 송지희씨는 “늦잠을 잔다고 게으른 아이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에는 원래 아침잠이 많다. 수면 주기가 늦어져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어렵다. 잠을 푹 자야 심리적으로 안정돼 우울증 예방에도 좋다. 한진규(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영국에서 1시간 더 자게 했더니 성적이 올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30분~1시간 더 자게 하는 것이 에너지 충전을 위해 좋다”고 말했다.

1시간 더 자는 것으로 자녀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즐겁게 일어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준다. 자녀가 좋아하는 활동을 기상 후 1시간 정도 마음껏 하게 한다. 소풍날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벌떡 일어나게 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게임 ‘실컷 했다’ 생각 들게 중단 말아야

김동욱(서울 대모초 4)군은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 하는 시간은 많지 않은데, 하고 싶은 욕구가 커 가끔 친구 집을 찾기도 한다. 엄마 조현숙(40·서울 강남구)씨는 “방학이 되면 친구 집에 갈 시간적 여유가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는 스스로 주도권을 갖길 원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도록 허용한 시간만큼은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부 이은실 선임상담원은 “뭔가 부족하다, 덜 했다는 생각이 들면 더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할 때는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은 피한다. 아침시간이나 식사 전, 자기 전에는 게임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식사 후나 나른한 오후 시간에 게임하도록 허용한다.

중·고교 시절에는 취미생활 등 자신의 생활영역을 침범당하는 것에 예민하다. 이 상담원은 “게임 공간과 시간을 확보해 주고, 굳이 거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강요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아이들은 자신의 상태를 알지만 부모가 개입하면 인정하기 싫어하고 잔소리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방학을 이용해 자녀가 즐기는 게임을 같이 해보거나 자녀에게 배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녀와 대화의 접촉점을 마련할 수 있다.

학습 스트레스 체험하다 보면 공부 저절로

이민희(39·경기도 남양주시)씨는 초등 6학년 딸과 지난 겨울방학 절반을 싸우며 보냈다. 방학 내내 늘어져 있는 모습이 싫어서였다. 이씨는 “중학교에서 배울 공부를 미리 해뒀으면 좋겠는데, 듣는 둥 마는 둥”이라며 속상해했다.

소진권(서울 금성초) 교사는 “방학에는 ‘공부해라’는 말보다 ‘생각해라’는 주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름방학 동안 2학기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막상 수업시간이 되면 아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책과 신문을 읽고 이를 소재로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소 교사는 “여름방학에 가족여행을 갈 때도 생활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는 게 사고력과 인성 키우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호텔·콘도 여행보다 주변환경을 이용해 삼겹살을 구워먹는 식의 여행이 좋다.

‘공부해라’ 꾸중만 하지 말고 공부의 필요성을 자녀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진로와 관련된 체험학습으로 자녀의 흥미 분야를 찾으면 학습동기로 이어질 수 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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