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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연극'에 사람들이 몰린다

불이 꺼진다. 눈을 떠도, 감아도 분간이 안가는 무거운 어둠. "쾅! 쾅! 끼이익, 스르륵..." 귓전을 찢는 듯한 굉음이 울려퍼진다. 순간 무의식 속에 잠재된 공포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반인반수(半人半獸)의 크고 무서운 손이 목덜미를 낚아챌 것 같다.

침을 꿀꺽 삼킨다. 주먹을 꽉 쥐고 공포와 맞서자고 다짐한다. 아니 공포를 기다린다. 연극은 그런 관객을 저버리지 않았다. 천장에서 목이 잘린 사람 머리가 툭 떨어진다. 순간 객석은 비명으로 가득찬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귀신들. 그렇게 90분을 버티고 나니 손에 땀이 흥건해 진다.

9일 밤 공포연극 '다락'이 공연되고 있는 서울 대학로. 초저녁 연극보다는 마지막인 밤 10시 공연에 관객이 몰린다. 연출자 오승수씨는 "바이킹의 스릴을 느끼려면 제일 뒤에서 타듯이 마지막 공연인 밤 10시가 공포감을 최고조로 달하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히려 늦게 많이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신혼부부가 이사온 집에서 겪는 괴담으로 구성된 '다락'은 90분 내내 '어둠(시각)과 기계음(청각)'을 이용해 관객을 몰아 세운다. 창문, 수족관, 벽 등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귀신때문에 극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공포의 횟수와 강도에 집중하다보니 이야기 구성은 다소 허술하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연극은 관객들을 더욱 리얼한 공포에 빠지게 한다. 연출자는 "어둠과 기계음이 공포를 증폭시켜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던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깨를 맞대고 앉는 소극장이다. 관객들은 연극과 함께 관객들의 반응까지도 즐긴다. 여자친구와 같이 온 20대의 한 남자. 갑자기 옆에서 귀신이 솟구치듯 나타나자 놀라 비명을 지른다. 소동이 끝나자 여자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남자가 쪽팔리게..."하며 면박을 준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 연극에서 나오는 유일한 웃음소리다.


서민들의 피서법이 공포영화라고 했던가. 하지만 공포연극은 납량특집 영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공포의 실체'가 바로 눈 앞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두려움을 느낄 때 심장박동 등이 빨라지면서 체온이 오르고 서늘한 기운을 체험하게 된다. 재미와 스릴, 오싹함을 전달하는 공포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위를 잊게 하는 효과가 있다. 공포영화를 주로 여름에 상영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관객 정영도(19)군은 "'연극이 무서워봐야 얼마나 무섭겠냐는 생각으로 봤는데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며 혀를 내둘렀다. 관객들은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못 봤다, '스트레스가 풀렸다, '여름에 보기 너무 좋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대학로 공포연극은 '다락(스타시티)' 외에도 '도시괴담(바다 시어터), '부활(두레홀)' 등이 있다.

글·동영상 = 유혜은 작가·손진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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