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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코리아, 길을 잃다 <중> 인재는 최고, 제도는 취약

1987년 국내 최초 인공심장 개발, 대학병원급 동물실험실 운영, 최단 기간 심장수술 2만 건 달성, 정부가 인정한 유일한 심장 전문병원…. ‘작지만 강한 병원’으로 불리는 경기도 부천시 세종병원의 이력이다. 약 30년간 심장병 외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러시아·중동 등 20여 개국에서 160명의 환자가 찾았다. 이 병원은 아시아 최고의 심내혈관센터를 꿈꾼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해서 블록버스터(세계적인 인기 제품)를 만들려는 꿈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본. 이 병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703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가 임상시험연구소에서 암 유전자를 분석하는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김교수는 일주일에 이틀 환자를 진료하고 그 외 시간에는 연구소를 찾는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세종병원 박경서 마케팅 팀장은 “연구개발이 성장의 모멘텀이자 병원의 미래다. 그러나 제대로 연구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고, 미국처럼 정부의 연구단지 부지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길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서비스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고 선포했지만 현장에서는 딴판이다. 자본조달 제한 등 곳곳에서 병원의 손발을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대는 전국 상위 1% 이내의 두뇌들이 모여 있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20여 년 전만 해도 우수 학생들이 공대를 선호했지만 외환위기(IMF) 전후 의대와 한의대로 몰리기 시작했다”며 “의대를 다 채우고 난 뒤 서울대 공대를 지원할 정도”라고 말했다.

1970~80년대 우수 인재들이 공대로 몰렸고 그들이 오늘의 반도체·전자·자동차 산업을 일궜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의대가 공대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들한테서는 그만한 부가가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들이 진료 수익 증대에 매달려 있지만 병원 이익률은 1%를 넘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박구선 정책기획본부장은 “우리나라만큼 환자들의 진료 정보 전산화가 잘된 데가 없다. 병원에 돈이 들어와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의 블록버스터를 만들면 서비스가 좋아지고 환자 부담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으로 자본 진입을 막는 대표적인 규제가 투자개방형 병원 금지 규정이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별 사고 없이 출산 서비스를 해 왔다. 애를 더 낳을 수 있게 병원을 늘리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며 “투자개방형 병원이 되면 경영이 투명해지고 진료비가 오히려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의료관광객이 늘었다고 해도 싱가포르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부산광역시 좋은강안병원의 구정회 원장은 “돈이 있으면 호텔 같은 병원을 짓고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환자를 더 많이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방사선 암치료기인 사이버나이프는 미국 스탠퍼드대학병원이, 토모테라피는 위스콘신대학병원이 개발했다. 하버드대 의대의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자체 개발한 기술 17개에서 연간 6300만 달러(약 760억원)의 기술료를 번다.

또 미국 병원들은 운영비의 20~30%를 기부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4월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들의 병원 기부를 금지했다. 삼성의료원 이종철 원장은 “연구 능력이 부족한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들이 병원에 지정 기탁하는 것을 리베이트로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올 한 해 동안만 보건의료 분야에 35조원이라는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국가 지원은 얼마 안 하면서 민간 지원은 막았다.

병원이 벤처회사를 설립해 외부 자본 투자를 받는 방법이 있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상속 및 증여세법은 비영리법인이 다른 법인의 지분을 5%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특별취재팀 신성식 선임기자, 허귀식·김정수·안혜리·서경호·황운하 기자, 박소영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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