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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혐의 잡아떼다 피해자 보곤 … “할 말 없다”

지난 4월 청주지법에서는 여성 무속인 한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렸다. 앞서 검찰은 한씨가 점을 보러 온 박모씨 등에게 좋은 투자처를 알려주겠다고 속여 5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투자를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던 한씨는 영장 실질심사에서도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 나온 피해자 박씨의 진술에 말문이 막혔다. 박씨는 한씨가 자신에게 했던 얘기와 한씨 등이 자신의 돈으로 부동산을 산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사실, 자신을 피해 다닌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결국 법원은 “한씨가 증거 인멸을 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크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광주·청주지검 등 일부 지검에서 시범 실시 중인 ‘영장 실질심사 피해자 참여’ 제도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재판뿐 아니라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장 실질심사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가 판사 앞에서 소명할 기회를 갖게 할 목적으로 1997년 도입됐다. 판사와 검사, 피의자만 참석하고 범죄 피해자의 참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판사들은 대체로 피의자의 범죄 사실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수사 기록을 읽지 않은 채 법정에 들어가고 검찰도 중대 사건이 아닌 경우 참석하지 않았다. 때문에 피의자의 거짓말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검찰의 요청으로 피해자가 심사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피의자의 거짓 진술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광주지법의 경우 지난해 12월 종중의 선산을 9억여원에 팔아 넘긴 혐의로 김모씨 등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가 열렸다. 김씨 등은 “종중의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선산에 모셨던 조상을 졸지에 이장해야 할 상황”이라며 “김씨 등이 피해 보상은커녕 이장 비용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이처럼 피해자 참여가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검찰은 이 제도를 전국 검찰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검 피해자인권과 김주원 과장은 12일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피해자도 판사의 허가를 받아 실질심사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면서 “사기는 물론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성범죄 역시 피해자 측에서 출석해 상황을 설명하면 피의자들의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대 허일태(법학) 교수는 “실질심사에 피해자를 입회시키는 것은 피해자의 권리이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법정 질서를 유지하기 곤란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허용에 소극적이었던 법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장 담당 판사가 판단할 문제지만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 피해 정도 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진배·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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