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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어윤대 회장의 과제

최악의 위기는 지났다는 게 중론이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의 시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금융산업의 경쟁환경과 구도를 둘러싼 변화 추이는 아직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2001년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KB금융은 지난 10년 동안 3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감독당국의 징계를 받고 중도 사퇴하거나, 불명예 퇴진했다. 이번 CEO 선임 과정 역시 지난해 12월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회장 후보로 선출됐다가 낙마한 뒤 다시 진행되는 등 출발부터 순탄치 못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취임하는 신임 CEO로서는 이래저래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

어 회장이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인사를 통한 경쟁력 있는 조직 재구축이다. 당장 KB은행장과 KB지주 사장을 선임하고 임원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조직 안정을 위한 내부 발탁이냐, 외부 영입을 통한 과감한 경영혁신이냐를 놓고 시각이 맞선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KB금융의 진로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므로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인사는 CEO 승계구도와 관련해서도 의미가 크다. 차기 회장 선임구도는 시간을 두고 결정할 사안이지만 조직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내부 육성을 감안한 인사가 필요하다. 더구나 지난 10년간 내부 CEO의 배출이 없었다는 점에서 신임 회장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가 효율적인 후계자 양성 시스템의 수립이다. 이는 향후 추진할 전략의 실행을 위한 리더십 및 지속 가능한 성장시스템의 구축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두 번째 숙제는 전략적 과제에 대한 재검토 및 우선순위 결정이다. 비은행 부문 확대, 혁신과 원가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 금융상품과 운영모델 차별화, 신흥시장 진출 등 주요 전략 과제와 그 실행 방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논란을 불렀던 메가뱅크론도 차제에 그 타당성과 실행 방안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전략 검토 단계에서 인적자원, 경영 지배구조와 시스템, 재무자원 등 내부역량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고객과 주주, 임직원, 감독당국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KB금융의 신뢰와 명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고객의 신뢰와 평판은 금융상품의 선택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딜로이트가 최근 전 세계 금융회사 임원 등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객들은 과거에 비해 금융상품의 리스크에 대해 더 알려고 하고, 가격에 민감하며, 금융회사의 브랜드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려고 한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고객의 행동양식에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장에서 고객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근 1년여의 리더십 공백기가 초래한 임직원의 사기 저하를 만회하려는 노력을 통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조직문화를 재창조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투명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이 필수적이다.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받는 후보를 대상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출해야 한다. 또 CEO는 경영 성과에 따른 책임을 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의 지대한 관심 속에 출범하는 어 회장이 박수 속에 퇴임을 맞을 수 있을지 여부는 이상의 과제를 얼마나 성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과 감독당국은 인내를 갖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과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평가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이재술 딜로이트 한국총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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