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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범죄 방관 사회와 용감한 시민영웅들

1968년 미국 심리학자 비브 라타네와 존 달리가 유명한 실험을 실시했다. 누군가 간질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상황을 꾸민 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도와주는지 알아본 것이다. 그 결과 목격자가 한 명일 경우 도움을 준 확률이 85%에 달했다. 반면 다섯 명이 함께 지켜본 경우엔 31%만 구조에 나섰다. 많은 이에게 책임이 분산될수록 서로 떠넘기며 도움을 주지 않는 이른바 ‘방관자(傍觀者·bystander) 효과’다. 수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며 살아가는 대도시의 범죄 신고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 서울 잠실동에서 20대 청년이 10대 청소년들에게 폭행당한 끝에 숨졌다. ‘먹자 골목’이라 늘 붐비는 범행 현장엔 당시 10여 명의 행인이 지켜봤다고 한다. 그러나 말리거나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없었다. 뒤늦게 병원에 옮겨진 청년은 끝내 사망했다. 행인 중 단 한 명이라도 신고만 제때 했어도 목숨을 건졌을 것이다. 시민들의 무관심이 범죄를 방치한 사례는 최근 알려진 것만도 여럿이다. 지난달 서울 홍은동에서 10대 남녀 청소년들이 친구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골목에 비명이 울려 퍼졌고 심지어 폭행 장면을 목격한 이웃까지 있었지만 도우러 나서거나 신고한 사람은 없었다.

이래서야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가 없다. 경찰과 폐쇄회로TV(CCTV)를 아무리 늘린들 24시간 전국 방방곡곡을 감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의 안전을 돌보는 도우미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물론 범죄 현장에 섣불리 끼어들었다 피해를 볼까 두려움을 품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피해를 무릅쓰고 위험에 처한 이웃을 구해낸 ‘시민영웅’들의 의로운 행동이 ‘방관 사회’의 좋은 귀감(龜鑑)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충남 홍성에선 김신구씨가 10대 소녀 납치범을 현장에서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 엊그제 중학생 3명은 여자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고교생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누구나 그런 용기를 발휘할 순 없다 해도 최소한 신고 전화라도 해서 모두가 ‘방관자’로 남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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