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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학생이라면 한국사는 꼭 배워야”

국내 고교를 졸업하고 9월 미국 동부의 명문 대학에 입학하는 박모(19)양은 입시를 준비하면서 ‘미국사’ AP(대학과목선이수) 과목을 들었다. 미국사 성적이 전형에 반영되는 걸 염두에 두고서다. 미국 고교생들에겐 미국사 이수가 사실상 필수다. 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미국사 이수 졸업 학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20여 년의 짧은 연륜을 가진 미국의 역사 교육 실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역사 교육은 어떤가. 지나친 홀대(忽待)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부터는 아예 고교생들이 한국사를 배우지 않고도 졸업은 물론 대학 진학도 할 수 있게 된다. 새 교육과정인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필수였던 한국사 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사가 선택과목이 되면 역사 과목의 특성상 수업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학교와 학생들이 선택을 기피할 게 뻔하다. 역사교육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서울대가 그제 2014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계열 응시자에게 한국사 과목 이수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우려의 반영이라고 본다. 어두운 역사 교육의 미래에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바람직한 조치란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 서울대는 “우리나라 학생이 우리나라 역사를 모르고, 고교에서 이를 배우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서울대의 이번 조치는 일선 고교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진학을 희망하는 재학생을 두고 학교가 한국사 과목 개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상당수 학생이 한국사를 선택하도록 하려면 서울대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지방 국립대는 물론이고 많은 사립대의 동참이 불가피하다. 일본 고교들이 외형상 선택과목인 일본사를 사실상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것은 대학들이 입시에 반영하기 때문이란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차제에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한 교육과정이 옳은 것인지 자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고시나 공기업, 사기업 할 것 없이 인재 채용 때 한국사 능력을 측정하는 추세인데 고교에서 역사 교육을 소홀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세계화 시대의 미래 인재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국가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필수과목으로 환원하는 게 옳다고 본다. 마침 여야 의원 11명이 이달 초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적극적인 검토에 나서길 바란다.

역사 교과서에 대한 꼼꼼한 점검도 뒤따라야 한다. 내년 3월 배포될 새 한국사 교과서는 민간 출판사가 만드는 검정교과서다. 수년 전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처럼 좌편향 논란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예비 합격한 6종의 교과서에 대한 정부 당국의 철저한 검정을 당부한다. 필요하다면 재집필도 주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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