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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문만 열어놔도 순익 쌓인다던 KB, 생산성 꼴찌로

2004년 11월 이·취임 한 국민은행 강정원 신임 행장(왼쪽)과 김정태 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13일 물러난다. 어윤대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에 때맞춰 임기를 3개월 남겨두고 퇴장하는 것이다.



외부 수혈 CEO 10년
초심 곧았고 실적 남겼지만
CEO 자리 욕심에 경영 꼬여
정권 실세들 입김까지 작용

강 행장은 지난 9일 국민은행(KB) 임원들과 송별 모임을 하고 “여러분이 새 회장을 도와 은행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반석’을 언급한 것은 지금 KB금융이 그만큼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KB금융이 ‘모래’ 위에서 흔들리는 형국이란 얘기도 나온다. <관계기사E2, E3면>



KB는 한때 반석 위의 은행으로 통했다. 2001년 11월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해 1대 김정태 행장이 취임하고 2004년 11월 강정원 2대 행장이 입성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명실상부한 국내 리딩뱅크로서의 최대 덩치와 최고의 자산 건전성을 자랑했다. 앞서 수십 년간 국민·주택은행과 거래해 온 풀뿌리 단골 고객들 덕분에 은행 문만 열어놔도 순익이 쌓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산성 꼴찌’ 은행으로 전락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신한은행과 비교해 직원이 1만 명이나 많으면서 1인당 순익(2009년 기준)은 절반에 불과하다. 싼 금리에도 돈을 맡겼던 단골 고객들이 이탈하면서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성 수신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만큼 자금조달 비용도 커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나. 주인 없는 지배구조가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인 없는 은행의 CEO가 된 사람들이 주인처럼 계속 행세하려 ‘자리 욕심’을 부렸던 게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리 욕심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업적 드라이브로 이어졌고 이는 은행을 골병들게 만들었다. 아울러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치권 실세들에게 손을 벌리기도 했고, 이는 지배구조가 외풍에 휘둘리도록 하는 자충수가 됐다.



물론 김정태 행장도, 강정원 행장도 초심은 곧았고 좋은 실적도 남겼다. 김 전 행장은 증권사 사장 출신으로 정통 뱅커는 아니지만 자본시장을 잘 아는 혁신형 인물이 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며 거침없이 변화를 일으켰다 . 선진국 은행들처럼 지점장의 여신 전결권을 없애 부실대출의 위험을 예방했 다. 또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적립식 펀드와 보험 등 타 금융권 상품을 적극 판매했다. 그러나 그는 3년 임기가 돌아오면서 잇따라 악수를 뒀다.



부실 덩어리였던 KB카드를 흡수합병하면서 손실 규모를 줄이려고 분식회계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은행 내부의 파벌 다툼을 제어하지 못하고 특정 라인에 쏠린 인사를 하면서 조직의 균열을 초래했다. 결국 그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에 따른 문책조치를 받아 연임에 실패했다. 강정원 2대 행장은 외국계 은행 출신의 뱅커로서 화려한 ‘스펙’을 갖췄다. 그는 조용하게 내실을 다지며 고객 만족을 최우선하는 경영을 펼쳤다. 취임 후 금융권 최초로 2조원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했고, 각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은행부문 1위에 오르는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그 역시 연임을 앞두면서 행보가 흔들렸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큰 평가손을 봤고, 자산 불리기에 나서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부실을 초래했다. 2007년 11월 연임에 성공한 그는 이듬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는 한편 스스로 초대 회장직에 도전한다. 지주회사 출범을 전후해 그는 사외이사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는 뜻을 이루지 못했고, KB금융 회장 자리는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의 몫이 됐다.



그러다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시절 해외투자 손실 문제로 중도 사퇴한 뒤 강 행장은 KB 회장에 재도전했다. 그 과정에서 선진국민연대 등 정치권 실세들의 힘을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울러 행내 비리 문제로 금감원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낙마한 채 금감원의 제재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제 어윤대 회장이 취임한다. 어 회장이 갈 길은 복잡하지 않다. 전임 행장들의 성공과 과욕, 좌절 속에 간명한 답이 있다. 자리 욕심과 과시형 경영은 망하는 길이요, 금융의 기본에 충실하면 흥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김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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