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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통령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 후진타오 “구름 지나가면 해가 뜬다



▲캐나다 토론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문규 기자

천안함 의장 성명 중국 누그러뜨린 토론토 G20 한중 정상회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일(현지시간)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의 혈맹 중국의 집요한 반대로 ‘북한의 공격’이라는 직접적 표현은 빠졌지만 문맥상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규탄했다. 한국과 미국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9일 성명을 내고 “안보리의 북한 천안함 공격 규탄은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행동이 역내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며 용납되지 않을 것이란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 주체로 북한을 명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어정쩡한 타협’이란 시각도 있지만 중국의 노골적인 북한 편들기 속에서 얻을 것은 얻어냈다는 평가다. 당초 중국은 안보리에 천안함 문제를 가져오지 말라는 입장이었다. 국제적 이슈가 아니라 지역 분쟁, 남북한 간의 이슈란 주장이었다. 6월 4일 한국 정부는 천안함 문제를 안보리에 상정하면서 총력전에 들어갔다. 5월 30일 제주도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의 회담에서도 중국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캐나다 토론토의 G20 정상 회담장에서 분위기는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G20 전체회의가 끝난 직후였다. 비행기를 타러 가던 후 주석이 이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회담 시간은 45분. 대부분이 천안함 문제에 할애됐고 양 정상은 되돌이표 노래처럼 자국 입장을 반복했다. 외교 소식통은 대화를 이렇게 전했다.



후 주석:“상황이 악화돼선 안 된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 길게 봐야 한다. 지역 전체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이 지역에서 전쟁이 나면 남북한과 중국 모두 루저(패배자)가 된다. 냉정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자. 이 사건은 지나가는 사건이다. 구름이 지나가면 해가 뜬다.”



이 대통령:“입장을 바꿔보라. 46명의 순수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제재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시비곡직을 가리자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단합된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하고 재발 방지를 하자는 것이다. 무력 응징을 하지 않고, 안보리를 통해 외교적인 해법을 찾자는 것, 중국이 얘기하는 평화적 해결 방법 아니냐. 그냥 지나가면 북한은 또 도발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평화가 보장되는가.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중요하다. 가까운 이웃은 반가운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고 어려운 일 있을 때 서로 돕는다.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진수가 아니겠나.”



소식통은 “회담 말미, 후 주석의 긍정적인 언급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도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감싸는 중국을 겨냥,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과 계속되는 문제에 의도적으로 눈감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직설적으로 후진타오에게 전했다”고 공개했다.



외교소식통은 “6월 하순부터 한·미·일, P5(미·영·프·중·러)+2(한·일), P3(미·영·프) +2(한·일) 간 협의가 계속됐다”며 “한·미가 만든 안이 P3에서 논의되고 이 안을 중국에 보내면 중국이 다시 수정안을 냈다”고 했다. 소식통은 “뉴욕 유엔무대에서 중국 외교부와 합의한 안이 베이징에 가면 북한을 껴안는 당 권력에 의해 번복되는 상황이 거듭됐다”고 했다. 중국은 천안함 침몰을 공격(attack)이 아닌, 사건(incident)으로 표현하려 했고 한때 공격(attack)이란 단어가 모두 사라진 수정안이 회람될 때도 있었다. 7일 미·중 사이 대타협이 있었고 8일 각국 정부는 본국의 훈령을 받아냈다.



천안함 사건 직후 정부는 유엔 결의안 추진,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 전단 살포,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 등 강경 대책을 ‘검토’란 전제를 달아 쏟아냈다. 그러나 유엔 결의안은 과거 중국의 태도로 볼 때 현실성이 없는 목표였다. 전단 살포 등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정서를 감안한다는 정치적 논리로 기대치만 잔뜩 높여 결국 국민에게 허망감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안보 당국자는 “안보리 상정 등 천안함 이후 대책과 관련해 엄중하게 리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北 “천안함 끝났다. 회담하자” 평화 공세

안보리 성명 이후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움직임이다. 신선호 주 유엔 북한 대사는 성명이 나온 직후 “안보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하게 판단하는 데 실패했다”며 “정전협정 체제가 불안하다는 것이 나타났기 때문에 6자회담을 통해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1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문답에서 “우리는 (안보리) 의장성명이 조선반도의 현안 문제들을 ‘적절한 통로들을 통한 직접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장려한다’고 한 데 유의한다”며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장성명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기존의 평화공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향후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의장성명은 한국이 제출한 합동 조사단의 결과와 이 사건이 무관하다는 북한의 입장도 언급했다”며 “가급적 신속히 천안함 사건을 매듭짓고 조속히 6자회담이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한·미의 입장은 단호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북한의 비핵화 추진 방안은 향후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봐가며 6자회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의장성명의 정신을 존중해 천안함 도발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자세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천안함이든 핵문제 해결이든 북한의 행동이 바뀌어야 가능한 얘기”라며 “북한의 평화 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천안함 의장성명이 채택되기 하루 전인 9일 북한이 유엔사에 “13일 대좌(대령급) 실무접촉을 가지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신선호 북한 대사의 6자회담 언급이 나온 뒤 “김계관 부상이나 다른 북한 당국자를 6자회담 논의를 위해 초청할 계획이 없다. 북한은 의미 있는 행동을 통해 신뢰를 창출해야 하는 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도 의장성명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법은 북한이 근본적으로 행동을 바꿀 때만 가능할 것이란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 소식통은 “천안함 사건이 터지기 전을 보자. 중국·러시아가 포함된 5개국을 중심으로 북핵 공조 에너지가 모아졌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중·러는 다시 이탈했다”며 “북핵 해결이란 대원칙을 확인하면서 북한의 게임에 말려들지 않도록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정(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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