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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잇는 대교 개통 100일 … 슬로시티서 ‘퀵시티’된 증도

“한창 바쁜 농사철인디도(이지만) 문밖 출입이 엄두가 안 나요. 휴일만 되믄(되면) 차들이 겁도 안 나게 만해분께(많다니까).” 10일 오전 11시쯤 전남 신안군 증도면 장고리교회 앞 도로에서 만난 이문영(70) 할아버지는 “농로(農路)가 차로(車路)로 변해 버렸다”며 손사래를 쳤다. 집에서 키우는 암소의 수정을 위해 경운기로 20분 떨어진 사동마을에 다녀온다는 할아버지는 “조금만 늦어도 차들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하던 섬 마을에 걱정이 많아졌다고 했다.



“휴일 되믄 차가 겁도 안 나게 만해부러”

“ 관광버스가 왔다간 자리엔 쓰레기와 악취만 남고, 동네 앞에 널어둔 마늘과 양파를 훔쳐 가는 사람들도 있습디다. 인자는(이제는) 문도 함부로 열어놓기 겁나요.” 속력을 내며 달리는 차들 때문에 뒤쪽의 암소가 머리를 경운기에 비벼대며 신경질적으로 울어댄다.



‘주차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는 증도 짱뚱어다리 앞에 차량들이 몰려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짱뚱어다리는 갯벌 위에 건설된 470여m의 목교로 짱뚱어·농게 등 다양한 갯벌 생물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육지인 신안군 지도읍과 증도를 연결하는 길이 900m의 증도대교가 증도를 바꿔놓았다. 2005년 8월 착공해 4년7개월 만인 3월 30일 임시 개통되면서 하루 10~20편의 배편으로 육지와 연결되던 예전과는 딴 세상이 됐다. 다리가 생기면 학생들의 통학과 병원에 가는 것이 편리해질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개통 100일이 된 지금 예상은 빗나갔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이자 금연의 섬, 친환경의 섬, 깜깜한 밤 별 헤는 섬 증도는 신음하고 있다.



마을에 민박과 식당이 잇따라 들어섰고 관광버스와 건설공사에 필요한 대형 화물차의 왕래가 잦아졌다. 11일 신안군과 증도면사무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증도를 찾은 관광객은 34만5000여 명에 달했다. 연간 관광객이 2008년 23만 명, 2009년 37만 27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증도대교 개통 이후인 4∼6월에만 28만8000명이 찾았다. 주말이면 하루 3600∼3700대의 차량이 몰려든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350대 정도의 차량이 배를 타고 들어왔다.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늘어났다.



연륙교가 생기기 전 하루 2∼2.5t이던 게 현재는 5∼6.5t으로 늘었다. 2.5t짜리 청소용 트럭이 예전엔 하루 한 번만 운행했으나 지금은 서너 번 다녀야 한다. 환경미화원 수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렸으나 역부족이다. 송림이 우거져 야영하기 좋은 우전해수욕장 뒤편에는 바다에서 수거한 스티로폼과 폐비닐이 수북이 쌓여 있다. 빈 물병과 과자·아이스크림 봉지, 종이컵 등 쓰레기 옆에는 불법으로 소각한 흔적이 남아 있다.



증도는 3월 16일 전국 최초로 ‘담배 없는 마을’을 선포했다. 6곳의 담배가게 가운데 금연의 섬 취지에 공감해 5곳이 자진 철수했다. 그러나 섬 곳곳에서 담배를 물고 다니는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증도 주민들은 급기야 자동차를 통제해 줄 것을 신안군에 요청했다.



신안군은 증도대교 입구에 3만413㎡(약 9200평)의 부지에 7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건설 중이다. 연말부터는 차를 섬에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대신 전기 셔틀버스와 자전거·우마차 등으로만 증도를 여행하게 할 계획이다.



남상율 증도면장은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농산물을 싼값에 판매하는 등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안=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증도=면적 40㎢, 1000여 가구 223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70%가 60대 이상이며 김 양식과 벼농사를 주로 한다. 국내 최대 소금 생산지인 태평염전, 섬갯벌올림픽축제가 열리는 짱뚱어다리, 우전해수욕장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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