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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마음’ 읽고 LED 쬐주니 쑥쑥

태양이 없어도 인공조명으로 식물을 기른다. 도심에 수십 층 높이의 빌딩을 짓고 그 안에서 농사를 짓는다.



설계도 인터넷 공개한 박선원·후원씨

요즘 부쩍 관심이 커진 ‘식물공장’ 얘기다. 실현만 되면 오랜 세월 인류 생산력의 족쇄였던 땅과 날씨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꿈꾸는 농업의 미래상이다. 그런데 그리 먼 장래 이야기가 아니다. 식물공장 연구자가 이미 많이 등장했고 성과도 조금씩 나온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시험제작한 식물공장은 남극 세종기지에서 싱싱한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경북 구미에서 시험·검사용 전자장비 업체 카스트엔지니어링을 운영하는 쌍둥이 형제 박선원·후원(61)씨도 몇년 전부터 식물공장 연구에 뛰어들었다.



계측장비와 식물공장은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들을 이어준 것은 최첨단 조명으로 떠오르는 발광다이오드(LED)였다. 계측장비에도 LED 조명이 쓰이기 때문에 박씨 형제는 그 성질과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박씨 형제가 이 분야에 뛰어들 무렵 이미 국내에도 식물공장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아직 수익을 생각할 단계가 아니라 이 기술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만족하는 ‘전시용’ 수준이었다. 오랫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박씨 형제는 생각이 달랐다. 수익이 비용을 넘지 못하는 물건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영 마인드를 이 분야에 적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지난 3년간 손수 재배장치를 만들어 실험을 거듭했다. LED 조명은 전자를 전공한 동생 박후원 대표가, 설비와 건물은 기계 쪽을 전공한 박선원 상무가 맡았다.



경북 구미시 카스트엔지니어링 연구동에서 박후원 대표(왼쪽)와 김훈회 식물공장 사업팀장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받으며 자란 식물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컨테이너 한 칸에 설치한 초라한 실험실이지만 여기서 많은 결과물이 나왔다. 먼저 식물은 660나노m(1나노=10억분의 1) 파장의 적색 빛과 450나노m 파장의 청색 빛을 가장 좋아한다는 점이다. 태양처럼 끊김이 없는 빛보다는 점멸이 거듭되는 빛이 식물의 생육에 좋다는 게 증명됐다. 빛이 많을수록 식물이 잘 자라지만 적당한 양(1㎡당 150마이크로몰)을 넘는 빛은 생장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광원에서 멀어질수록 빛의 양이 줄기 때문에 식물에서 25㎝ 높이에 등을 다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식물생장의 최적 조건을 찾아낸 것이다.



그동안에는 이런 생육조건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조명을 형광등으로 해결하다 보니 전기료가 너무 많이 나왔다. 상추 몇 장 먹자고 기름을 마구 때야 한다는 얘기다. 또 열이 많이 발생해 전구를 식물 가까이 둘 수 없고, 멀찍이 떨어뜨리자니 더 많은 전구가 필요한 것이 문제였다. 다행히 LED는 이런 문제점들을 대부분 해결해줬다. 열이 적고, 아주 짧은 시간에 수천 번씩 점멸시키는 일을 가능하게 한 때문이다.



완공을 앞둔 경북 구미 카스트엔지니어링 식물공장 내부 모습.
문제는 초기 설치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 이 회사가 견적을 뽑아본 결과 132㎡(40평) 넓이의 식물공장을 짓는 데 약 2억3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9000만원이 LED 설치 비용이다. 박선원 상무는 “식물 재배 화분을 3층으로 올릴 수 있어 실제 재배 면적은 세 배로 늘어날 뿐 아니라 LED 사용에 따른 전기료와 전구 교체 비용을 절약하게 돼 2년 정도면 투자비를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해 LED 가격이 내리면 사업성은 더 커진다. 박후원 대표는 “LED 식물공장이 보편화되려면 빛과 생육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 1만 가지와 영양소 등까지 포괄하는 전문적인 연구 1만 가지가 필요할 것 같다”며 “우리 회사는 이제 기초연구 1000가지 정도의 데이터를 얻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씨 형제는 지금까지 연구한 이론적 성과와 식물공장 설계도를 몽땅 회사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공개했다. 관심 있고 역량 있는 농가에 기존의 연구결과를 나눠준다는 취지였다. 파장은 적잖았다. 경상북도는 카스트엔지니어링의 연구실적을 높이 평가해 이를 보급형 식물공장의 표준모델로 정했다. 두원중공업은 경남 함양에 짓는 국내 최대 규모 식물공장의 LED 모듈 설치업체로 카스트를 선정했다. 시험동 건립만 1억2000만원짜리 공사다. 이제 식물공장은 계측장비업체의 외도가 아닌 주력 성장동력이 된 것이다.



이달 중순이면 카스트가 본사에 짓고 있는 132㎡ 면적의 식물공장이 완성된다. 지난달부터는 알음알음으로 소문이 퍼져 견학을 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본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하지만 속 시원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주문한 LED 조명 모듈 제작에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이다.



완공된 식물공장에선 좀 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재배 시설도 가정용과 실험용·농업용·특용작물용 등으로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박 상무는 “다양한 모델의 식물공장을 전시하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작해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기술이 더 진전되면 겨울이 길고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 등으로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최현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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