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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열고 화가로 데뷔하는 16세 발달장애인 곽성민군

첫 개인전을 열며 화가로 데뷔하는 부산예술중 3학년 곽성민(오른쪽)군이 어머니 김송희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속 그림도 이번 전시회 출품작이다. [송봉근 기자]
열여섯 살 중학생이 화가로 데뷔한다. 14~20일 부산 해운대 부산시립미술관 안 시민갤러리(051-744-2602)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곽성민(부산예술중학교 3학년) 군이다. 남보다 이르게 재능을 꽃피운 조숙한 소년처럼 보이지만 또래들에 비해 어려운 고비를 뛰어넘은 속내가 더 돋보인다.



“내 그림이 모든 장애인의 희망 되길”

곽성민 군은 발달장애를 지닌 자폐아였다. 뭐든 그리기를 좋아해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화실에 다니며 지칠 줄 모르고 그림에 매달렸다. 곽 군을 지도해온 서양화가 이종현씨는 “성민이에게 그림 그리기는 자유와 이상의 창공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오르는 날개 같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담한 생략과 종합, 개성 넘치는 화면 구성, 색채에 대한 천부적 감각 등 재능 넘치는 성민이의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그가 장애인이라는 걸 잊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미술 특기교육을 위해 예술중학교에 입학하려던 성민이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원서조차 낼 수 없었다. ‘재능은 인정하지만 장애 학생을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원서접수를 거부한 전국 5개 예술중학교의 높은 담 앞에서 곽군의 어머니 김송희(43)씨는 이를 악물었다. 일단 배정받은 일반 중학교에 성민이를 진학시킨 뒤 김씨는 동래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보내고, 특수교육을 가르치는 전국 대학의 교수들에게 편지로 호소했다. 부산교대 부설 초등학교에서 비장애아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으며 노력한 성민이의 눈물겨운 6년 과정을 알렸다.



그렇게 백방으로 뛴 지 9개월 만인 2008년 7월, 김송희씨는 ‘곽성민 군에게 예술중학교 전학을 허락한다’는 교육청의 통보를 받았다. 전국 4만 여 발달장애아 가운데서 처음으로 예술중학교에 들어가게 된 성민이는 ‘화가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아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함께 달려온 김씨는 “성민이가 말은 서툴지만 그림이 아들의 또 다른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씨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14개를 휩쓴 미국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25)의 예를 들기도 했다.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를 앓았던 펠프스는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한 뒤 타고난 수영 솜씨를 길러 스포츠 영웅이 됐다. 김씨는 “펠프스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어찌 됐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곽성민 군은 이번 전시회에 드로잉, 수채화, 아크릴 작업 등 생활 주변에서 본 사물과 풍경을 그린 그림 30여 점을 내놓았다. 발랄하게 뛰노는 붓질이 보는 이에게 유쾌한 기분을 전염시키는 작품들이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 얼마나 즐겁게 몰입해 작업했는가가 느껴지기에 더 흔쾌하다.



제자의 전시를 기획한 이종현씨는 성민이와 보낸 4년을 돌아보며 “내가 선생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꾸밈없는 희열과 순진 난만한 해방감은 필자에게 늘 감동으로 다가오곤 했다”며 “고백하건대 그런 점에서 오히려 그가 나의 스승이었다”고 털어놨다. 김송희씨는 “그림은 성민이에게 자존감을 회복하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디딤돌을 놔준 다리였다”고 고마워했다. 곽 군은 “나를 기쁘게 해준 이 그림들이 장애로 고생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희망의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글=정재숙 선임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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