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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천안함 출구전략’ … 끌려가지 말아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된 지 35일 만에 지난 9일 채택된 ‘천안함 사태 의장성명’을 놓고 국내에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의안’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이고, 공격의 주체인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으며, 한국과 북한의 주장을 모두 수용했다는 점은 국민들의 기대감에 못 미친다. 특히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에겐 크나큰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포함한 국제사회 현실의 벽에 비춰 보았을 때, 단호한 조치에는 미치지 못하나 최소한 절반의 성공으로 보고, 국민의 기대와 국제사회의 현실 사이에서 노력한 정부의 외교 활동을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민·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중국의 입장을 변화시켜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이 채택되도록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한국에 시급한 것은 천안함 외교에 대한 평가나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 대처하는 것이다. 의장성명이 채택된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상황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진행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의장성명이 채택된 직후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고, 중국도 천안함 사건을 조기에 매듭짓고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미국과 일본은 안보리 의장성명이 북한에 대해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했다. 이러한 주변국들 간의 입장 차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나, 미국이나 일본도 점차 ‘천안함 출구전략’을 고민하게 될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중심이 북핵문제와 6자회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입장을 견지해 온 한국에는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한국은 천안함 사태를 포함한 다양한 북한의 도전과 문제들을 입체적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어떻게 다뤄 나갈 것인지에 대한 ‘포스트(post)-천안함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대북(對北) 전략을 구상하면서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관련국들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大)목표에는 동의하나, 이를 위한 조건과 성취하는 방안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였다는 점이다. 인식은 물론, 정책적 우선순위와 접근방법에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장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입지는 약화되고 상황을 주도하기보다는 끌려가는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희망적 생각(wishful thinking)’이나 자의적 해석, 당위론적 접근을 탈피하고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에 대한 인식은 물론 관련국들의 이해와 입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기초로 양자(兩者) 및 다자(多者) 차원에서의 전략대화를 추진해 공감대를 확장하면서 정치·경제·군사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지렛대와 정책대안을 개발하는 것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지역 및 국제 협력망 구축이며, 이러한 차원에서 ‘소규모 다자 협의와 협력체(mini-lateralism)’를 추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안보 측면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역학관계 변화, 그리고 경쟁과 견제가 강화될 가능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병행적으로 강화되는 한편, 중국의 견제와 러시아의 개입이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한반도 문제를 매개체로 한 주변국들 간의 경쟁과 견제가 심화될수록 한국의 정책적 선택의 폭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 문제가 주변국들 간의 경쟁과 견제를 촉발하고 심화하는 요인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으로 자리매김되도록 하는 데 외교력을 경주해야 한다. 요컨대 한국은 북한문제를 포함한 각종 안보 도전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지역정세 변화의 흐름을 읽고 활동공간을 확보·활용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의장성명이라는 결과를 놓고 시시비비에 매달리거나 공과를 묻기보다는 시각을 객관화하고 이견을 해소하며 국론을 결집, 미래를 대비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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