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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소음 같은 현대음악, 음표 사이엔 질투와 우정

 나머지는 소음이다

알렉스 로스 지음

김병화 옮김

21세기북스, 896쪽

4만5000원




한 장의 사진이 있다. 한 사내가 사람 좋게 웃고 있다. 옆에는 그보다 머리 하나쯤 작은 사람이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기묘하게 다른 두 인물은 각각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와 구스타프 말러(1860~1911)다. 어느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작곡가들이다.



1906년 말러는 청중의 한 명으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페라 극장의 객석에 앉아 있었다.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가 초연되는 현장이었다. 살인과 욕망, 시신애호증 등을 거침없이 다루며 청중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중의 기호와 음악적 실험 사이에서 작곡가들을 갈등하게 한 20세기를 열었다. 이날 객석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금기시 되던 원색적 내용이 괴성을 지르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화음으로 표현됐다. 말러는 “우리시대의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라는 말로 슈트라우스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네 살 아래의 작곡가가 혁신적인 작품으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는 데에 질투를 느꼈다.



20세기 음악의 역사는 소동과 함께했다. 쇤베르크 현악4중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은 객석을 뒤흔들어놨다. 하지만 요즘에는 새로운 작품이 계속 나온다는 것조차 일반에게 생소하다. 사진은 진은숙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의 2007년 한국 초연 장면.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처음의 사진에서처럼, 슈트라우스에게는 세상이 아름다웠다. 그의 새 작품들은 당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음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죽음과 구원이라는 주제에 집착하는 말러를 이해하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말러는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교향곡 1번에 대해 “과도한 악기 편성”이라고 지적하자 이후 슬며시 악기 수를 줄인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이같은 20세기 작곡가끼리의 관계다. 새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그 라이벌들은 ‘눈이 시뻘개져서’ 객석에 앉았다. ‘살로메’의 초연 현장에는 말러 외에도 푸치니·쇤베르크·베르크가 있었다. 음악회, 즉 신곡 발표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던던 시절 이야기다.



작곡가들은 이처럼 뜨겁던 시장의 중심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질투했을 뿐 아니라 영향을 주고 받았다. 드뷔시는 스트라빈스키에게 “스스로의 민족성을 지키라”고 충고했고, 쇤베르크는 드뷔시를 오스트리아 빈에 데뷔시키고도 태도를 바꿔 비난했다. 또 20세기 작곡가들은 선배의 히트한 양식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슬며시 베낀 후 모방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기도 했다. 저자는 작곡가들의 행적을 추적해 이들이 들었을 음악과 만났을 사람을 밝혀내는 탐정 역할을 한다.



완벽한 화음과 우아한 흐름, 즉 19세기 이전의 음악에 익숙해 있는 청중에게 이 책은 20세기 음악에도 사람 이야기가 있음을 전한다. 어렵고 듣기 힘든 ‘소음’으로 분류되는 현대 음악에 대한 변호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크게 유행한 할리우드 영화에도 현대 음악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종종 잊는다. 책의 제목을 ‘현대음악에 소음은 없다’는 주제의 반어법으로 읽어도 좋겠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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