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조화 사상 최강 오렌지 ‘우리에게 두려운 상대는 없다’
이제는 달라졌다. 선수들 사이에서 ‘아버지’라 불리는 덕장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이 팀을 하나로 모았다. 유로 2008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큰 대회에서 부진했던 징크스도 날려버렸다. 스페인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비주류에 속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자국 팬들도 하나가 됐다. 대표팀 경기라면 쳐다보지도 않던 카탈루냐 지역의 바르셀로나 팬들이 동참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거리응원이 시작됐다. 스페인 대표팀은 마침내 전국구 팀이 됐다.
◆‘토털사커’의 원조를 넘어=전 네덜란드 대표 클라렌스 세도르프는 대회 개막 전 “아름다운 축구만으로는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없다”며 걱정했다. 1970년대 토털사커의 원조 격인 크루이프와 네스켄스, 80년대 ‘오렌지 삼총사’ 판바스턴, 굴리트, 레이카르트, 90년대 베르캄프, 세도르프, 다비즈 등 한 시대를 대표한 화려한 멤버들도 월드컵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쓴맛을 봤다. 74·78년 두 대회 연속 준우승, 98년 4강 탈락 등 뒷심이 부족했다.
우물처럼 샘솟는 네덜란드 축구의 인재풀은 지금도 두텁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 로빈 판페르시(아스널) 등은 선배들에 비해 아직 명성은 덜 쌓였지만 공수의 조화를 이룬 ‘이기는 축구’를 안다. ‘아름다운 축구’는 퇴색했으나 네덜란드 축구의 중흥기는 이들에 의해 활짝 열렸다. 판페르시는 “결정적인 순간에 우승을 놓친 예전의 징크스는 잊고 싶다. 우리는 스페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사상 첫 우승을 향해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요하네스버그=장치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