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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한·미 FTA, 명분보다 실리다

미국 경기가 심상치 않다. 언제 금리를 올리느냐를 놓고 갑론을박했던 연초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다. 먼저 빨간불이 들어온 건 주택시장이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8000달러까지 주던 세금 혜택이 4월로 끝난 게 계기가 됐다. 주택 거래는 실종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역대 최저치로 곤두박질했다. 연초 살아나는 듯했던 경기가 알고 보니 정부의 경기부양책 약발이었던 것이다.



바깥 사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1조 달러 구제금융으로 불을 끄는 듯했던 유럽 재정위기는 아직도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 돈을 내야 할 독일이 미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로선 겨우내 흥청망청해놓고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베짱이 이웃 국가가 마뜩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용 빼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연방정부 권한인 불법이민 단속을 주정부가 하겠다고 나선 애리조나주 이민법만 봐도 그렇다. 한마디로 이민자에게 내 일자리 빼앗기지 않겠다는 심산인 거다.



1930년대 대공황 때 인류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너 죽고 나 살자’고 덤비면 다 죽는다는 거다. 나 먼저 살겠다고 앞다퉈 시장을 닫은 결과 최악의 공황을 겪었다. 그나마 한국이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화끈하게 벗어버렸기 때문이다. 보호막을 걷어내면 다 죽는다는 아우성은 기우(杞憂)였다. 도리어 안방을 둘러싼 벽을 털어버리고 나니 밖으로 나갈 길이 열렸다.



지금 미국이 놓인 처지도 이와 비슷하다. 내수 살리겠다고 7870억 달러라는 돈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내수시장엔 냉기가 가시지 않았다. 미국 정부에 납품하려면 미국 제품을 쓰라는 1933년 ‘바이 아메리카’ 조항도 부활했다.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취지였지만 유럽·캐나다·중국의 반발만 샀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의 형국에서 미국이 빠져나올 길은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자유무역이 정답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을 들고나온 건 그래서 천만다행이다. 한·미 FTA 하나로 미국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긴 어렵다. 그러나 한·미 FTA가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 몰고 올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일 거다.



한·미 FTA는 우리에게도 머지않아 닥칠 제2차 쓰나미를 이겨낼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유럽·미국 시장이 죽 쑤고 있으니 그 여파는 우리에게도 곧 닥칠 수밖에 없다. 그때 미국 시장을 안방처럼 드나들 수 있다면 중국·일본·대만보다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지 않을까.



현재 남은 걸림돌은 자동차와 쇠고기다. 쇠고기는 민감할지 모르지만 자동차는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더욱이 요즘 한국 차는 미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를 이어가자면 우리도 미국 차를 더 사줘야 한다. 시장 크기를 감안하면 그래 봐야 하나 내주고 서넛 얻는 거다. 재협상이냐 아니냐 명분 따지기보다 실리를 챙기는 지혜가 절실한 이유다.



정경민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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