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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중국의 벽 높았다 … 그러나 북한에도 ‘집행유예’ 내렸다

허야페이 제네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가 8일 유엔 유럽본부 기자 간담회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북한’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벽 저쪽에 있었다. 그 벽이 너무 높고 완강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이라는 구체적인 주체를 규탄하지 않고 ‘공격’(Attack)이라는 추상적인 행위를 규탄할 수밖에 없었다. 천안함 사건이 안보리에 회부된 시점부터 중국은 안보리 결의나 의장성명에 북한의 이름이 명시되는 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 천안함 외교의 초점은 북한 이름이 빠진 의장성명에서 천안함 공격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것을 간접적이지만 분명하게 적시하는 데 집중되었다.



의장성명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찬성했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기권할 것이 확실한 안보리 결의안 채택보다 구속력이 강하다. 11개 항의 의장성명에 천안함 공격을 개탄한다 또는 규탄한다는 표현이 세 번 들어간 것을 보면 한국과 중국이 안보리에서 성명 문안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 흔적이 역력하다. 1996년 9월 북한 잠수정의 동해안 침투 사건 때 유엔대사로 안보리의 북한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박수길 유엔협회 세계연맹 회장은 천안함 사건에 관한 의장성명 제3항에 주목했다. 제3항에서 의장성명은 이 사건이 역내와 역외의 평화·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Determine)했다. 유엔헌장 38조에 따르면 안보리는 문제의 사태가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는가,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행위인가, 평화를 위협했는가를 판단해서 그런 규정을 내리고, 안보리의 그런 규정은 모든 나라에 구속력을 갖는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9일 ‘천안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앞두고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 신화통신=연합뉴스]
외무장관과 유엔대사를 지낸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사건 책임자에 대한 ‘적절하되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Calls for)한 제4항을 의장성명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엔 회원국에 대한 안보리 의장의 이런 촉구는 사실상의 제재라고 해석했다. 의장성명은 전반적으로 북한의 앞으로의 도발행위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의장성명을 도발행위를 한 북한에 내린 일종의 집행유예로 앞으로 재범을 저지르면 안보리에 의한 가중처벌을 각오하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이런 경고에 유의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유엔 안보리가 의장성명으로 북한의 도발행위를 규탄함으로써 천안함 사건 해결을 위한 유엔외교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자체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한국은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 천안함, 후 6자회담이라는 말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북 지원을 포함한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분명한 입장으로 의장성명 채택 이후 한국의 운신의 유연성은 좁다. 안보리가 중국도 찬성한 만장일치의 의장성명을 채택한 이상 한국은 무엇이 천안함 사건의 해결인지 확실한 정의를 내려야 할 처지다.



서해에서의 한·미 합동훈련이 중국의 반대로 연기되고 대북 확성기 방송 계획도 동력을 잃었다. 지금부터 우리가 말하는 천안함 사건 해결과 남북관계의 최소한의 정상화와 6자회담에서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정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이 9월 초에 열리는 노동당 대표자회 이전에는 대외 문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 안에서도 의장성명에 대한 보수층의 불만이 이 대통령과 정부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될 것이다.





이제 미국은 6자회담 재개 문제에 관심을 돌릴지도 모른다. 중국도 그럴 것이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미국 고위 재야인사의 방북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원칙적인 동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안보리에서의 천안함 외교가 실패냐 성공이냐의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도 얻는 것이 없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9월 초까지의 기간에 우리가 천안함 사건의 해결에 대한 현실주의적인 방향을 잡지도 않고 북한과의 관계 단절이 계속되면 어느 날 갑자기 북한·미국·중국 간에 합의한 논의의 틀에 끌려가는 불편한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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