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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가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홍정욱 국회의원

유난히 공허한 요즘이다. 사유의 부족에서 오는 지적 공허함이 분명하다. 사실 ‘공부하는 국회의원’이란 표현은 모순어법의 극치일 정도로 독서와 의정은 상극 관계에 있다. 분주해진 일정과 연일 쏟아지는 수십 건의 요약문건 틈새에서 책을 통해 꿈과 삶과 길을 돌아볼 여유도, 배짱도 없다. “행복의 비밀은 자유며 자유의 비밀은 용기”라는 투키디데스의 말이 떠오를 뿐이다. 그러나 메마른 감상으로 일상의 기적을 갈망하는 내게 변함없는 위로를 주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가 아닐는가 싶다.



삶에 지쳤나요 ? 헤세에게 위로 좀 받으시죠

소년의 여림을 간직했던 청소년 시절, 푸른 꿈을 품고 유학 길에 오른 나를 맞이한 것은 태산 같은 언어의 장벽과 판이한 환경 속의 소외였다. 그런 나를 좌절과 고독의 유혹으로부터 붙잡아 줬던 것은 도전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다. 천 개의 눈동자처럼 밤하늘을 밝히던 별들, 지친 몸을 누이곤 했던 학교 뒷동산, 언젠가 재회할 가족과 벗들에 대한 상념이야말로 내 의지의 쉼터였고 발로였다.



인간은 항상 ‘일어나 전진하라’는 동적 압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연과 예술, 설렘과 그리움의 정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지친 영혼을 쉬게 하고 자아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그런 오묘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따스한 쉼 속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초월의 믿음과 ‘이제 다시 시작하자’는 회생의 의지가 샘솟게 하는 감상적 사유의 보고인 것이다.



일생 동안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뇌했던 헤세에게 그리움의 필연적 대상은 고향과 자연과 예술이었다. 헤세는 자신이 사랑한 모든 의미의 집약인 고향에 영원한 향수를 느꼈고,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시인들과 현자들의 형제가 되었으며, 운명의 고통스러운 상처를 사랑의 손길로 보듬는 예술을 사랑했다. “무한한 것들이 떠나고 한계 지어진 것이 다가오는” 현실의 세계에 갇히게 된 그의 동경과 연민은 현대인이 공유하는 그리움이자 위로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책에는 ‘밖에서는 볼 수 없는 어둡고 신비로운 원시림을 거쳐 수천 곳의 목적지로 독자를 이끌어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목적지도 최후의 것이 아니며, 모든 목적지 뒤에는 또다시 새로운 지평이 열려 있단다. 헤세의 찬미처럼 책은 한 평 남짓의 공간과 한 세기도 못 되는 시간을 영위하는 우리를 무한과 영원의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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