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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의 ‘금시초연’ ⑥ 대니얼푸어 ‘축복받은 자의 눈물’

1809년 하이든, 1849년 쇼팽의 장례식에서 공통적으로 연주된 곡은 뭘까?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어두침침하고 이름 모를 사람이 작곡을 의뢰해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작품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진혼곡) K.626이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총 7부로 돼 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위한 50여 분의 음악이다. 이중 모차르트가 쓴 것은 3부의 여섯 번째 곡인 ‘라크리모사(Lacrimosa·눈물의 날)’의 여덟 마디까지다. 전체 작품의 절반 정도다. ‘라크리모사’는 합창과 현악기의 서늘한 외침으로 레퀴엠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다.

나머지는 제자 프란츠 크사버 쥐스마이어가 모차르트 사망 이듬해에 완성했다. 모차르트의 극적인 삶과 비극적 레퀴엠은 후대 예술가들을 계속 자극했다. 1970년대 들어 쥐스마이어 버전을 재해석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로버트 D 레빈 등 음악학자들은 모차르트의 방식과 좀 더 비슷하게 만들거나, 그가 남긴 부분을 이용하는 식으로 작품을 바꿨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작곡가 리처드 대니얼푸어(54)가 모차르트의 여덟 마디만을 가지고 ‘축복받은 자의 눈물’을 완성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효씨가 이끄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위촉을 받은 작품이다. 강씨가 전하는 대니얼푸어의 창작 동기는 영화 ‘아마데우스’ 못지 않게 으스스하다.

“어느 비오는 날, 대니얼푸어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베토벤의 무덤을 보러가던 길에 진흙 속에서 넘어졌다고 한다. 일어나 보니 모차르트의 비석이 눈앞에 있었고, 그 후로 ‘라크리모사’가 머리속에서 맴돌았다고 한다.”

세종솔로이스츠의 작곡 의뢰로 구상이 구체화됐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여덟 마디는 15인조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대니얼푸어는 세종솔로이스츠의 날카로운 소리에 맞게 현대적 화음을 펼쳐놨다. 원래의 여덟 마디가 들릴듯 말듯 녹아있다. 제7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29일 개막 공연에서 세종솔로이스츠가 국내 초연한다. 다음달 13일까지 열리는 음악제의 주제는 ‘창조와 재창조’. 모차르트와 대니얼푸어가 수백 년을 뛰어넘어 영감을 주고받으며 여름 축제를 시작한다.

▶대니얼푸어 ‘축복받은 자의 눈물’(2009년작, 총 15분)=29일 오후 7시 30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알펜시아 콘서트홀.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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