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학부모 상담사 시범 운영 한달

학부모에게 학교 문턱은 높게만 느껴진다. 문의나 건의할 일이 있어도 ‘혹시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게 된다. 이런 학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지난달부터 ‘학부모 상담사’ 제도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의 학교 참여 활성화 위해 시작

서울 수명고 학부모 상담사 원영주(왼쪽)씨가 학부모 동호회 회원의 건의사항을 듣고 있다. [최명헌 기자]
원영주(46·서울 양천구)씨는 고1 둘째를 학교에 보낸 후 수명고(서울 강서구)로 향한다. 그의 새 직업은 ‘학부모 상담사’. 출근 후 학교 홈페이지를 열어 그날의 학교 행사를 확인하고 교직원 회의에도 종종 참석한다. 학부모들의 문의나 상담에 응대하려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청·교육과학기술부·진로 관련 사이트에서 교육 정보도 모은다. 원씨는 “섣부른 정보로 상담하면 안 돼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 지식을 공부한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10시. 이 학교 학부모 동호회 중 탁구반의 강습이 있는 날이다. 원씨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회원들의 운영이나 불편사항 등을 해결해주기 위해서다. ‘학부모공동체시범학교’인 수명고는 전교생이 634명인데 학부모 회원이 325명이다. 학부모 동호회가 7개나 될 정도로 학부모 참여 활동이 많다. “적당한 동호회 활동장소를 알아보거나 회원 수를 늘려 동호회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학부모 상담사가 할 일이에요.”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지원을 전담하는 ‘학부모 상담사’가 6월부터 전국 20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교과부 학부모지원과 김문희 과장은 “올해부터 실시되는 학부모회 지원과 더불어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상담사는 학부모들의 문의사항 응답·고충 처리·학부모 활동 등을 지원한다. 서울 양천초 학부모 상담사 임은희(35·서울 마포구)씨는 “건의사항처럼 학교에 직접 전달하기 어려운 내용을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중재자’가 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학부모의 학교 참여, 모임·행사, 자원봉사 활동도 지원한다.

학부모 상담사는 모두 ‘현역’ 학부모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다. 충남 연산중 학부모 상담사 박지연(44·충남 논산시)씨는 “비슷한 경험을 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 대 엄마’로 만나다 보니 고민 해결이 쉽다”고 말했다.

준비물 전달부터 정신과 상담 연계까지

학부모들이 학교나 교사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아이가 걱정돼서 또는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싶어 참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 상담사들은 자신들도 학부모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더 잘 안다. 고2 자녀를 둔 김소희(47·서울 강서구)씨는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에 전화 거는 것조차 부담이 될 때가 있다”며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일단 학부모 상담사들이 내 얘기를 친절하게 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학교에 적응을 못 해 등교를 거부하는 자녀의 한 학부모는 “담임교사와 만나 얘기하려니 제가 제대로 교육을 못 해서라고 생각할까 봐 조심스럽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학부모 상담사는 교사에게 “반 친구들이 그 아이에게 잘해주도록 타일러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학교 폭력의 가해 학생 부모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항의한 경우도 있었다. 학부모 상담사가 부모를 만나 보니 학생에게 문제가 있어 부모의 동의를 받아 전문상담사에게 연계했다.

학교 안전, 시설물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을 담당교사나 교장에게 보고하고, 이른 시일 내에 시정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것도 학부모 상담사의 몫이다. 결과를 학부모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학부모 상담사다. 이처럼 학부모 상담사는 방과후 학교 신청 마감날 아이의 신청서를 전달해 달라는 부모를 도와주는 식의 사소한 일부터 교육청 프로그램 소개, 전문상담센터 연계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

모든 아이를 더불어 잘 키우자는 취지

학부모 상담사들은 대체로 고등학생 부모들의 상담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초등학생 부모들은 상담사가 충고하면 금방 흡수한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가 고등학생쯤 되면 부모 스스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판단해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도록 노력한다고 상담사들은 말한다. 원씨는 “학부모들이 하소연을 하는 가운데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부모 입장에서 학부모 상담사가 뭘 해주면 좋을지 고민한다. 그는 “결국 학생들 전체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씨는 “학부모 상담사 제도는 내 아이만 잘 키우자는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더불어 잘 키우자는 취지에서 운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해외 학부모 상담사 사례

미국 뉴욕시 교육청에서는 ‘학부모 코디네이터(Parent Coordinator)’ 제도를 2002년 도입했다. 학교가 학부모에게 언제나 열려 있고, 그들을 환영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1200명의 학부모 코디네이터가 학교에 파견돼 학생·학부모 관련 문제를 해결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자 할 때 먼저 학부모 코디네이터와 만났다. 직통전화로 밤시간과 주말에도 연락이 닿았다. 2004년 9월부터 4개월간 학부모 코디네이터의 실적은 면접 자문 23만5300건, 전화 자문 36만3162건이다. 학부모 워크숍도 7655회 개최해 19만100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

※도움말= 교육과학기술부 학부모지원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