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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은 지금 제정신인가

군이 지금 제정신인가. 천안함 사태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군의 일탈(逸脫) 행위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어쩌다 우리 군의 기강(紀綱)이 이 지경으로 풀어졌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훈련차 하와이에 간 해군 간부들은 현지에서 합류한 가족과 동반 관광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야전군의 2인자인 현역 육군소장은 군사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판에 고교 동창 사이인 해·공군 간부들이 특수작전이나 훈련에만 써야 할 고속단정(RIB)에 가족과 민간인 친구들을 태우고 해안가를 ‘유람’하다 암초에 부딪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말 어안이 벙벙하고 말문이 막힌다.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군대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혹시라도 군대를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며 놀이나 즐기는 단체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군의 시설이나 장비는 군인이 자기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다.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내 재산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도된 인식이나 ‘공적(公的) 자산의 사유화’란 잘못된 풍조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이번 사고는 RIB를 보유하고 있는 특수부대가 이 부대의 장을 역임한 해군 선배 장교의 요청으로 RIB 운항을 허가함으로써 일어났다. RIB가 국가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당연히 거절했어야 마땅하다. 특수부대의 운영이 엉망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도 문제다. 특수부대는 위치나 장비 등 모든 면에서 각별한 보안이 요구되는 부대다. 그럼에도 군 간부들은 민간인들에게 부대를 노출시킨 것은 물론 RIB를 물놀이라는 사적(私的) 목적에 동원했다. 정신이 나간 것이다.

천안함 사태로 군의 기강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군인들 대부분은 휴가와 회식까지 반납하며 군기를 바로 세우고, 실추된 군의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전체를 흐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를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 추상(秋霜)같은 군기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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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