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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⑤

천안함 사태는 대한민국의 태생적 조건을 새삼 일깨웠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4대 열강에 끼어있는 나라, 거기에다 60년이 넘도록 총부리를 겨눈 채 대치하는 남과 북. 이게 현실이다. 건국 이래 외교 안보 문제는 언제나 죽느냐 사느냐 하는 사활적 현안이었다. 1990년대 이후 그 ‘사활적 이해관계’ 대열에 중국까지 합세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남남갈등이다. 외교 지향점을 둘러싼 우리 내부의 이념적 대립이 외적 조건을 헤쳐나가는데 적지 않은 장애가 되고 있다. 그야말로 ‘힘을 합쳐 함께 나가도 시원찮을 판에…’다. 지난달 29일 열린 ‘보수-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토론회에선 외교와 북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중앙일보·사회통합위원회 공동 기획
보수도 진보도 “한·미 동맹 다지고 대북 포용정책 유지 바람직”
양측 대표, 상생 위한 일곱 가지 합의점 도출

중앙일보와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가 공동 기획한 이 토론회는 이번이 네 번째다. 사회는 김영희 중앙일보 외교안보문제 대기자가 봤다. 보수 성향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와 진보 성향의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와 김호섭 중앙대 교수가 각각 진보·보수 측 토론자로 나왔다.



‘보수-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의 네 번째 토론회가 지난달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고유환 동국대 교수(토론), 문정인 연세대 교수(발제),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사회),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발제), 김호섭 중앙대 교수(토론). [김태성 기자]
◆한·미 동맹과 대북 포용정책=토론회는 천안함 사태와 6·25전쟁 발발 60주년이 맞물리는 시점에 열렸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보수 진영 발표자인 김영호 교수는 “포용정책은 한국이 앞으로 계속해서 채택해야 할 중요한 대북전략의 하나”라며 포용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단서를 붙였다. ‘무조건 포용’은 안되고 ‘전략적 포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태가 있었지만 큰 기조로는 대북 포용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진보 진영 발표자인 문정인 교수는 미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우방이자 동맹이며,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의 지대한 공헌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의 강대국화로 인해 동북아 안보지형이 변화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균형외교와 다자간 안보질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발표자 모두 한·미동맹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중국의 부상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현명하게 대북 포용정책을 펴나가자고 했다. “한·미동맹과 친중국 정책은 양자택일의 상호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북한 인권과 북핵 문제=북한 인권 문제는 보수가 진보를 공격하는 단골 메뉴였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에 진보 세력은 한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가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전세계에 유래가 없을 만큼 끔찍한 북한 인권에 대해선 왜 입을 꽉 다물고 있는가? 그게 진보에 대한 보수의 비판이다.



문 교수는 “북한 인권 개선의 시급성에 누가 이의를 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헬싱키 프로세스의 적용에도 찬성한다”고 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75년 유럽안보협력회의에서 체결된 ‘헬싱키 협정’의 진행 과정을 가리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극복하고 좌우 진영간 대화의 물꼬를 튼 협정으로 평가 받는다. 그 뼈대는 안보·경제협력·인권 세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 인권과 경제협력과 북핵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한반도형 헬싱키 프로세스’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문 교수 역시 헬싱키 프로세스의 유용성을 기본적으로 인정했고 북한 인권 개선의 시급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문 교수는 북한 문제를 다룰 때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신중한 자세가 요청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 두 발표자는 “참으로 비극적인 사태이고, 북한의 만행은 규탄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30%가 정부의 천안함 사태 조사 발표를 믿지 않는 현실은 사회통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또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해결해야 하며,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진보와 보수 성향 두 교수가 생각하는 외교 안보 기본 전략



①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은 국익 극대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이다.



②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포용정책은 계속 채택해야 할 중요한 대북정책기조이다. 누구도 국가안보와 대북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③ 북핵문제는 6자 회담의 틀 내에서 해결해야 하며,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④ 북한인권 개선의 시급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한다. ‘헬싱키 프로세스’가 하나의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⑤ 한·미동맹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와 경제발전, 그리고 동북아 지역의 60년 평화체제 유지에 중요한 안정자 역할을 해왔다.



⑥ 한·미동맹과 친중정책은 양자택일의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며 상호 모순관계도 아니다.



⑦ 천안함 사태는 참으로 비극적이다. 북한의 만행은 규탄돼야 한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북핵·경협·인권 문제 하나로 묶어

‘한반도형 헬싱키 모델’ 추진할 만



보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보수의 대외정책관은 국익을 우선하는 실용주의 노선이며, 국제공조를 중시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민족공조론’은 ‘민족공멸론’이라고 보수는 보고 있다. 이런 민족공조론에 편승하려는 일부 진보세력의 주장과 행태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촉진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에 60년에 걸쳐 계속된 ‘장기간의 평화’에 기여한 것이 분명하다. 21세기에도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안정과 경제번영을 유지해 왔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6·25전쟁은 동북아에 ‘균형자’ 역할을 할 국가가 없을 때 발생했다. 미국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통해 이 지역의 ‘균형자’ 역할을 떠맡음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한·미동맹관계를 재조정해 군사, 외교 안보 측면에서 중국으로 기울어지는 정책을 취한다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무조건 포용정책’은 남북관계 개선 뿐만 아니라 통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며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제대로 된 ‘전략적 포용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핵 폐기와 북한의 재도발을 막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포용정책’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전략적’이란 표현은 북한이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는지를 봐가면서 선별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권 문제가 대북정책의 중요한 어젠다가 돼야 한다. 진보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핵·경제협력·인권 문제를 ‘삼위일체형’으로 묶어 동시에 다루는 ‘한반도형 헬싱키 모델’을 추진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서 완전한 핵 폐기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핵 보유 이후 더욱 대담하게 변화된 대남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이 조속히 개최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 어뢰 공격때문이었다는 사실이 국제조사단에 의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국가안보는 불확실한 미래의 위협보다 현존하는 위협에 우선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이번 사태는 분명하게 보여줬다.






한·미동맹 바탕 다자안보 협력 모색

6·15정신 새겨 화해의 새지평 열어야



진보 문정인 연세대 교수




국가 간 협력과 조화는 가능하다. 진보에게도 영토·주권의 보존과 국익은 소중하다. 하지만 국익 추구가 지역의 이익, 세계적 이익과 상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배타적 민족주의, 중상주의, 패권주의를 배격한다. 남북한 관계에 대한 진보의 전략적 구상은 전쟁불가론에 기초한 평화 우선주의, 흡수통일과 무력통일을 배제하는 점진적 합의 통일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유용성을 인정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우방이자 동맹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됐고 6·25 때 미군을 필두로 한 유엔군의 참전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동맹에 기초한 기존의 안보질서로는 안보딜레마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어렵다. 가상이든 실제로든 공동의 적과 위협을 상정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을 축으로 다자안보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한과 주변 4강이 노력하여 동북아에 다자안보협력체제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안보 공동체를 구축해 나간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다. 중국의 부상을 하나의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양두지도체제에 들어갔다.



국제공조와 남북관계는 한반도의 평화 번영을 위한 두 개의 수레바퀴다. 한·미관계만 잘 되면 남북 관계를 포함해 모든 것이 잘 풀린다는 시각이나 ‘우리 민족끼리’ 잘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담보 할 수 있다는 시각 모두 문제가 있다. 보수 논객들의 주장과 달리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결코 민족공조 노선을 걷지 않았다. 이제라도 6·15와 10·4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 남북 화해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헬싱키 프로세스’의 단계적 접근이 시간은 걸리지만 보다 효과적이다. 우선 무력 불사용, 내정 불간섭 원칙 등을 양자 또는 다자 형식으로 보장, 북한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리고 조건 없는 경제, 과학기술, 환경, 사회 문화적 교류 활성화를 통해 북의 자발적 변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북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압력을 신중하게 행사 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 사건은 참으로 비극적이다. 북한의 만행은 규탄되어야 한다. 정부의 조사결과에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으로서 이를 믿는 것이 순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심각한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권 분립의 관점에서, 행정부에 대한 감시·감독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입법부가 본격적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했다.






▶5차 토론 안내=다음 토론은 27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주제는 ‘균형발전, 분권으로 가는 두 가지 전략’이다. 보수-진보 토론은 올해 말까지 매달 1회씩 열린다. 중앙일보와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가 공동 주최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좋은정책포럼(대표 김형기), 한국개발원(KDI·원장 현오석)이 공동 주관한다.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02-2180-2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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