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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마을 운동 ① 내 아이의 경쟁력, 엄마 뱃속에서 결정된다

동양에선 신생아가 태어나면 곧바로 한 살을 먹는다. 엄마 배 속에서 지낸 10개월을 쳐주지 않는 서양과 큰 차이가 있다. 태아도 온전한 생명체로 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동양은 수천 년 전부터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새 생명이 잉태된 순간부터 세 살까지 아이를 잘 키우자는 ‘세살마을 운동’이 시작됐다. 중앙일보는 이 운동의 일환으로 국가 동량이 될 아이들을 위해 태아부터 출산·육아·교육에 이르기까지 부모·사회가 인지해야 할 ‘보살핌’의 지혜를 연재한다.  



태아는 소리로 세상과 만나요

생명 탄생의 전주곡은 경이롭다. 남성이 사정한 약 1억 개의 정자 중 단 1개만이 난자와 만나 수정에 성공한다. ‘위대한 도킹’이 이뤄지면 난자는 보호막을 만들어 뒤늦게 도착한 정자의 접근을 막는다. 수정된 난자는 38주 동안 자궁 속에서 성장하다 세상과 만난다.



경원대 부설 세살마을연구소 최혜순(유아교육과) 소장은 “동양이 태아의 존재를 온전한 한 생명체로 인식하는 사실은 신생아를 한 살로 보는 나이 셈법에서 나타난다”며 “특히 태아를 위해 배 속에서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는 태교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다”고 말했다.



임신부들이 태아에게 돌고래의 고주파 음향을 들려주고 있는 모습. 조선왕실의 태교에도 오감 중 청각을 자극하는 게 많았다. [중앙포토]
문헌 기록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3000년 전부터 태교가 시작됐다. 12세기 인물인 중국의 주자는 ‘소학’ ‘내편’ ‘입교’ 등 저서를 통해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기를 배었을 때는 마음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착한 마음을 가지면 반드시 착한 아이를 낳을 것이고, 악한 마음을 가지면 반드시 악한 아이를 낳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교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조선시대 여류 문장가 사주당 이씨가 1800년 집필한 ‘태교신기’에선 “스승이 10년을 잘 가르쳐도 어미가 배 속에서 10개월을 잘 가르친 것만 못하다”는 대목이 있다.



최혜순 소장은 “동양문화권이 태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있었던 데 반해 서양에서는 20세기 후반에서야 태교에 관한 인식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1983년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인 토머스 버니가 ‘태아기 및 출산의 심리학’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게 계기였다.



임신 5개월부터가 중요 … 엄마 목소리 기억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태아의 뇌는 엄마의 배 속에서도 급속히 성장한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박사는 “태내에서 7개월이면 뇌의 대뇌피질이 성인처럼 6개 층으로 분화한다”며 “이는 뇌 모양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세포는 모두 대뇌피질의 주름에 분포한다. 자동차 타이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타이어 안은 공기로 채워지지만 지면에 맞닿아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바깥 면이다.



뇌와 함께 태아의 청각 능력도 빠르게 발달한다. 4개월께부터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그 때문에 엄마 목소리, 음악 등 소리를 이용한 태교가 많이 발달했다.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배승민 교수는 “사람은 오감으로 자극을 받는데 엄마 배 속의 태아에게 시각·후각·미각·촉각은 부족하다”며 “소리는 태아 뇌의 청각중추를 직접 자극해 뇌를 운동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태아의 뇌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시기의 태교가 중요하다.



배 교수는 “태아의 뇌 자극은 태동을 하는 약 5개월부터 본격화된다”며 “이때부터 소리를 듣고 기억하고 간접흡연·소음 등 불편한 자극에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청각 자극의 태교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 뉴욕 소재 컬럼비아 장로교 의료센터의 윌리엄 파이퍼 교수팀은 소리 자극과 태아의 심장박동수의 변화를 관찰했다. 임신부를 눕게 한 후 “아가야, 안녕. 오늘은 어떻니”라는 말을 반복하게 했다.



그 결과 엄마가 태아에게 말을 걸 때마다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내려갔다. 하지만 엄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들릴 듯 말 듯한 낮은 소리로 말을 걸면 태아의 심장박동에는 변화가 없었다. 엄마가 태아와 대화를 하면 뇌를 자극하고 편안하게 느껴 심장박동수가 내려간 것이다.



태아에게 평소 읽어주던 책과 다른 내용의 책을 읽어주면 심장박동수가 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 소장은 “이 같은 연구결과는 태아가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한 존재라는 서양의 기존 인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대로 태아를 온전한 생명체로 받아들인 동양의 관점이 옮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고 말했다.



조선왕실에선 음악 듣고 시 감상하게 해



현대문명이 해석한 태교의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전통 태교도 과학적이었다.



조선왕실 태교를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 따르면 왕실의 임산부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성현의 교훈을 새긴 옥판을 보고 외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임신부의 처소는 정숙을 유지하게 했고, 궁중악사에게 가야금과 거문고를 연주하게 했다. 하지만 고음의 피리 연주는 피했다. 감정을 격하게 만들어 태아를 자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밤에는 소경에게 시를 외우게 하고, 교훈적인 내용을 말하게 했다. 당시 왕실을 출입한 소경은 당대 최고의 음악가요 이야기꾼이었다. 당대를 대표하는 음악가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소리와 위인전은 최상의 태교 음악이며 이야기였던 셈이다. 태아의 청각이 발달하는 임신 5개월부터는 낮에는 당직 내시가, 밤에는 상궁과 나인(왕과 왕비를 가까이 모시는 내명부)이 돌아가며 천자문·동몽선습·명심보감 등을 낭독해 태교를 이어갔다.



조선시대에는 남성의 부성태교를 교육기관인 서당에서 가르치기도 했다. 서당의 훈장은 생리 철학을 통해 건강·성교육을 했다. 나쁜 것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말고, 바르고 아름답고 좋은 것만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큰 인물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선조의 태교다.



최근 남성이 할 수 있는 부성태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대인이 조선시대의 태교를 그대로 따라하기는 힘들다.



최 소장은 “아기의 뇌는 청각 자극을 통해 성장한다”며 “아빠도 태교에 참여해 부인을 격려하고, 태아와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혜순 경원대 부설 세살마을연구소 소장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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