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Hidden Champions 세계를 지배하는 작은 기업 ⑩ 홍진HJC·<끝>

경기도 용인의 오토바이 헬멧 제조업체 ㈜홍진HJC(이하 HJC)는 특이한 기업이다. 본지의 ‘히든 챔피언-세계를 지배하는 작은 기업’ 시리즈에 나오는 기업 중 유일하게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제품을 만든다. 이 회사 김용해 이사는 “최종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하는 한국 중소기업 가운데 세계 1위를 달리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히든 챔피언은 대부분 부품·소재회사들이다. 그러니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아도 일반인들에겐 ‘숨어 있는(hidden)’ 기업들이다.



해외진출 초기부터 자사 상표 고집 … 헬멧 세계시장 18% 점유

반면 HJC는 고객이 쓰는 헬멧 자체가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헬멧에는 영문 로고인 HJC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40년 가까이 소비재를 만들며 탄탄하게 기업을 키워온 덕분에 중소기업이지만 꽤 알려져 있다.



‘신화창조의 비밀’ 등 유망 기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1996년 노사 화합을 다룬 공익광고에도 등장했다. ‘노사가 하나 되면 경쟁력은 열이 됩니다’라는 광고였다. 모범적인 중소기업으로 꼽힌 덕분에 200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용인 공장을 직접 방문한 적도 있다. 이때 창업주 홍완기 명예회장이 대통령 앞에서 회사 현황을 브리핑했다. 그런 의미에서 ‘히든’이란 수식어는 HJC엔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명도와 관계 없이 작은 덩치로 전문 아이템을 잡아 세계시장을 주름잡는다는 ‘히든 챔피언’의 조건은 두루 갖췄다.



경기도 용인의 ㈜홍진HJC 연구소 풍동(風洞)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이 헬멧 주위로 흘러가는 바람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2007년 건립된 이곳은 고속으로 주행하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헬멧을 최적의 조건으로 설계하기 위한 연구시설이다. 오토바이가 고속으로 달릴때 헬멧이 바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후좌우로 심하게 움직일 때가 있다. 그러면 헬멧이 옆으로 돌아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용인=안성식 기자]
◆키코 위기를 넘다=기업이 늘 잘나갈 수는 없다. 이 회사도 최근 1~2년 새 언론을 거의 타지 않고 ‘숨어 있는’ 기업이 됐다. 환헤지상품인 키코(KIKO)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2008년 923억원의 매출에 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1323억원 적자를 낸 것도 키코 탓이었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다’는 은행이 다행히 HJC는 적극 지원했다. 주거래은행이 적극 나서 키코 판매 은행과 조율했다. 결국 지난해 9월 은행이 받아야 할 돈 1200억원 대신 주식을 받는 출자전환에 합의했다. 수출을 잘하고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출자전환으로 은행이 보유하게 된 지분은 23%. 과거엔 일부 우리사주를 제외하곤 대주주가 거의 모든 지분을 갖고 있었다. 자금 사정이 좋았기 때문에 굳이 지분을 넘겨 돈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은행이 2대 주주로 참여하게 된 만큼 향후 주식공개(IPO)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홍 명예회장은 “(은행들이 미래에 주식을 팔아야 하니까) 언젠가는 주식을 상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큰 시장 찾아 해외로=홍 명예회장이 창업한 것은 1971년. 당시 회사 이름은 홍진기업이었다. 처음엔 헬멧 내피를 만들다 74년 헬멧 제조를 시작했다. “방적이나 인쇄업종은 기계만 사면 뛰어들 수 있지만 헬멧은 기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선택과 집중에 신경썼다.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78년 국내 시장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은 너무 비좁았다. 레저용 오토바이가 많은 외국과 달리, 한국 시장은 배달업과 같은 ‘생계형 오토바이’ 이용자가 많았다. 오토바이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는 것도 문제였다. 고심 끝에 해외 수출로 방향을 틀었다.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한국인용 헬멧은 앞뒤가 길쭉한 미국인 머리 모양과 맞지 않았다. 헬멧 내부를 수출용에 맞게 고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미국에서 판매하기 위해선 안전규격부터 통과해야 했다. 미국 연방교통성 규격(DOT)을 가까스로 통과했고 84년 미국에 첫 수출을 시작했다. 87년엔 헬멧 안전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스넬(Snell) 규격도 통과했다. 까다로운 안전규격에 합격한 덕분에 미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고객의 고객’을 섬겨라=중소기업이었지만 해외 진출 초기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대신 자기 브랜드를 고집했다. 미국 최대의 헬멧 판매사가 자사 상표를 쓰는 조건으로 100만 달러나 되는 큰 물량을 주문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남의 이름으로 쉽게 장사하기보다는 고유 브랜드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HJC가 직접 거래하는 고객(바이어)은 ‘디스트리뷰터’로 불리는 일종의 도매상이다. HJC는 미국 판매망을 구축하기 위해 굳이 가장 큰 바이어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소비자를 상대하는 소매상인 딜러 매장에 직접 나가 바이어의 평판을 조사했다. 자사 바이어와 거래하는 ‘고객의 고객’인 딜러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큰 바이어에게 독점판매권을 주는 대신 지역을 쪼개 바이어를 선정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한 바이어는 20여 년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덕분에 제조회사와 유통망이 긴밀한 유대로 연결될 수 있었다.



◆글로벌 중소기업으로=이 회사,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97%에 달한다. 북미시장 점유율 35%, 세계시장 점유율은 18% 수준이다. 그러나 고가 제품이 많이 팔리는 유럽 시장에서는 유럽·일본 기업에 밀린다. 고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변신 헬멧’이다. 헬멧 시장은 머리를 앞으로 숙여 고속으로 주행할 때 착용하는 스포츠(스피드)형, 허리를 세우고 주행하는 크루저형, 익스트림 스포츠에 사용되는 오프로드형 등으로 나뉜다. 변신 헬멧은 이런 다양한 수요를 모두 감안해 간단한 조작으로 헬멧 모양을 바꿀 수 있게 한 제품이다. 에어백이 달린 헬멧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판매법인을, 중국·베트남·개성공단엔 공장을 뒀다. 한때 무노조·무분규 기업으로 소개된 적도 있지만 2007년 노조가 생겼고 이듬해인 2008년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제품 생산은 주로 해외로 넘겼다. 대신 국내엔 고가품 생산과 연구개발(R&D) 등 본사 기능을 남겼다. 홍 명예회장은 “고가제품에서 저가제품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춘 곳은 우리밖에 없다”며 “남미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글=용인=서경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창업자 5형제 역할 분담 … 가족기업 강점 잘 살려



장남은 연구개발, 차남은 마케팅

막내는 헬멧 테스트 중 숨지기도




회사 이름에 나오는 ‘홍진(洪進)’은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또 홍완기 명예회장의 형제들인 홍씨들이 함께 경영에 참여한다는 뜻도 있다. 홍진HJC는 가족기업의 장점을 잘 살린 사례다. 결과적으로 형제는 강했다.



충남 논산에서 7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홍 명예회장은 타고난 발명가였다. 회사의 신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달리면 바람을 받아 불빛이 나는 헬멧 액세서리 ‘윈드 라이트’, 이동식 턱 보호대를 장착한 헬멧, 앞면에 열선을 연결해 입김이나 성에로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방지한 스노 모빌 헬멧, 스피커와 마이크를 부착한 헬멧 등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8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기업 경영에서 한 발 비켜나 있지만 요즘도 개발회의엔 참석한다. 그는 “제품 개발회의에 참석해도 내 고집을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는다”며 “팔릴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엔 자신이 개발한 특허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별도 법인인 ㈜홍진창조를 세웠다. 폐비닐을 이용해 인체에 해가 없는 슬레이트를 만든다.



차남인 홍수기 회장은 30년 가까이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도 그가 직접 뛰어 안전규격을 통과한 덕분이었다.



1983년 샘플 헬멧 10개와 영한·한영사전을 들고 겁도 없이 미국으로 날아갔다. 영어가 서툴러 바이어를 만나면 손짓 발짓 섞어가며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홍 회장의 책 『미스터 헬멧 기적을 쓰다』에는 이런 고생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가 해외출장을 다닌 거리만 따져도 지구를 250바퀴 정도는 돈 것 같다고 책에서 밝혔다.



5남 윤기씨는 명예회장을 도와 제품 개발을 하다 지금은 중국 공장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는 물러났지만 6남 효기씨가 자금관리를 한 적이 있고, 막내 을기씨는 스노 모빌 헬멧과 헬멧용 통신기기를 맡기도 했다. 7형제 중 다섯이 힘을 모은 것이다. 을기씨는 96년 스노 모빌 헬멧을 캐나다에서 테스트하다가 사고로 사망했다.



홍수기 회장은 “HJC의 시작은 작고 초라했지만 미국 1위에 이어 세계 1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형제의 힘이었다”고 썼다. 현재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인 안중구 사장과 명예회장의 아들인 홍석중 사장이 맡고 있다.



 용인=서경호 기자






전문가가 본 홍진HJC



헤르만 지몬은 베스트셀러 『히든챔피언』에서 “오토바이 헬멧의 대명사인 HJC는 세계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으며, 뛰어난 연구개발 능력이 있다”고 홍진HJC를 소개했다. 중소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HJC’라는 자체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기업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홍진HJC에선 히든챔피언의 공통 특성인 성장이 사라졌다. 2004년 매출액 1289억원을 달성한 이후 지난 5년간 매출이 1000억원 언저리에서 정체돼 있다.



진정한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우선 북미 헬멧 시장의 2배인 세계 최대 유럽시장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 홍진HJC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6위에 불과하다. 성능을 따지는 북미시장과 달리 유럽시장은 패션을 중시한다. 이미 북미시장에서 인정받았던 성능·견고성과 함께 유럽시장에서 통하는 기능과 디자인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유럽의 명품 브랜드를 인수합병 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 유통구조를 개선해 납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홍진HJC는 아시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어 북미시장에서 주문하면 판매까지 3개월 이상 걸린다.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주요 시장 근처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추천한다.



셋째로 기존 사업을 활용한 사업다각화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 오토바이 헬멧시장의 세계시장 규모는 4억 달러 정도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오토바이 헬멧 액세서리 사업이나 오토바이용 의류사업은 기존의 HJC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어 추진해 볼 만하다. 



 정성수 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육성팀 부부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