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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디자인 여행 ⑩ ·끝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체나 제품이 아니더라도 지구를 위하는 사회적 움직임과 시스템 또한 착한 디자인입니다. 수많은 목숨이 무고하게 희생된 뉴욕의 9·11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비극이지만 살아남은 자들에게 각성의 계기를 선사했습니다. 혼자만 경쟁에서 살아남아 잘살겠다고 애써봐야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모든 것이 한 방에 사라질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를 공유한 뉴욕 시민은 시선을 사회와 미래에 돌려 사회적인 나눔과 공동체에 대한 움직임을 실천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연발생적으로 혹은 인터넷을 통해 미국 각지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아름다운 연쇄효과를 냅니다.



착한 가게 몰려가 물건 팔아주는 미국 시민들

채찍 대신 당근을 … 미국 소비자단체 ‘캐롯몹’



2008년 어느 토요일 아침, 수백 명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동네 수퍼 앞에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필요한 것을 일부러 이 가게에서 사주기 위해 찾아든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싱글벙글입니다. 이렇게 즐거운 한 바탕 소동을 벌인 주인공은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소비자운동단체 캐롯몹입니다. 캐롯몹은 언제 어디서 모이자! 라고 웹상에 공지하면 게릴라처럼 쫙 모였다가 흩어지는 플래시몹이 소비자 운동으로 발전된 형태입니다. 이날 사전 공지에 따라 모여든 사람들이 이곳에 줄을 서서 생필품을 사간 3시간 동안 올려준 매출은 평소 주말 매출의 3배가 넘는 9000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행운의 가게는 캐롯몹이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동네의 소규모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매출의 몇%를 쓰겠냐?”는 질문을 던진 곳 중 하나입니다. 이 곳은 25개의 가게 중 가장 높은 비율인 매출의 22%를 쓰겠다고 답한 덕분에 선정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약속대로 가게 안의 모든 조명을 에너지 효율이 좋은 친환경 전구와 설비로 바꾸는 데에 충분한 금액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가게는 22%의 투자 의지를 통해 에너지 절약 조명설비와 냉장고 문틈을 막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수리를 통해 연간 수천 달러의 전기료를 아끼는 소득을 거두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 활동에 불매운동과 같은 채찍이 아닌 비즈니스의 성공이라는 당근을 제공함으로써 윤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캐롯몹의 취지입니다. www.carrotmob.org



뉴욕 하이라인 공원은 고가철도를 산책길로



고가철로를 철거하지 않은 덕분에 뉴욕거리를 내려다보며 자연을 즐기는 공원이 생겨났다.
2009년 개장한 맨해튼 도심의 하이라인 공원은 환경을 위한 시민사회운동이 성과를 올린 최근 예입니다. 1934~80년 사이에 뉴욕 맨해튼 서부에 설치된 고가철도는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첼시 등을 가로지르며 고기, 야채 등 식료품과 우편물을 실어나르는 열차가 활발히 다니던 곳입니다. 그런데 점차 뉴욕 지역의 식료품 가공산업이 쇠퇴하고 이 고가철도는 더 이상 쓰임새가 없어져 멈추게 되어 시의 판단 아래 철거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때 도시의 역사를 품은 구조물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뉴욕 시민들이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결성해 이를 지키자는 시민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전통과 역사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재산임을 간파한 이들의 운동을 통해 결국 고가철도를 허물지 않고 공원으로 꾸미자는 계획을 관철시킨 겁니다.



하이라인은 철로를 그대로 보존하고, 도로 위에 자리잡은 철로 사이로 원래 자라던 야생풀을 섬세하게 골라 재현해 키워 원래의 모습을 억지로 바꾸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약 3km 길이의 길쭉한 형태의 공원은 뉴욕 시내를 내려다보며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훌륭한 도심 속 자연입니다. 제품이나 건축물 따위가 용도를 다했을 때 무조건 버리고 부수기보다는 다른 용도로 바꾸어서 그 수명을 늘리는 일은 착한 디자인의 긍정적인 모습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www.thehighline.org



디자이너 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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