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모든 비난을 온몸으로 끌어안아 ‘인간 샌드백’ 전략으로 살아남기

영국 BP의 최고경영자(CEO)인 앤서니(토니) 헤이워드(53)가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 헤이워드가 CEO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CEO가 되기 이전에 BP의 원유 탐사·시추 부문을 지휘했다. 문제의 멕시코만 유전도 그의 지휘 아래 탐사·개발됐다.

헤이워드는 원유 유출 와중에 유유히 요트 여행을 즐겼다. 미국인의 분노가 하늘에 미칠 듯했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내 생활을 되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눈치 없고 무능한 CEO를 그대로 내버려 둘 정도로 BP 주주와 이사들은 무신경한가?”라고 최근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BP 이사회는 미국 쪽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헤이워드를 CEO 자리에 앉혀 두고 있다. 스웨덴 출신인 칼 헨릭 스반베르그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말 “헤이워드가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태를 진두지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헤이워드가 기름 유출을 막고 수습하는 일에서 면제된 셈이다. BP 이사회의 헤이워드 유임은 ‘위기관리 매뉴얼’과도 배치된다. ‘사회·정치적으로 파장이 큰 스캔들이나 소송 사태에 휘말리면 CEO를 속죄양으로 삼아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조언이다.

대속자 역할로 생명력 이어가
BP 이사들이 무신경하거나 무능한 것은 아니다. CEO 전문 매거진인 영국 ‘치프 이그제큐티브(Chief Executive)’는 BP 이사회가 “냉정하게 실리를 따져 헤이워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사들은 헤이워드를 모든 비판을 대신 감수하는 인간 샌드백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월가와 영국 런던 더시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문가들 역시 “헤이워드가 미국 대중의 분노와 비판을 온몸으로 받아 내는 대속자(代贖者)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속자란 다른 사람의 죗값을 대신 치르는 사람을 말한다.

실제로 올 4월 원유 유출 사태 이후 헤이워드는 인간 샌드백 또는 대속자 역할에 충실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일이 잦았다. 심지어 “아직 그 문제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CEO는 사태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인상을 대중에게 심어 줘야 한다는 게 위기 관리의 기본이다. 그러나 치프 이그제큐티프는 “헤이워드의 무능 이미지 때문에 미국 대중은 ‘BP가 무능한 CEO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헤이워드가 의도적으로 바보 이미지를 퍼뜨려 회사에 쏠릴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인상도 대속자로서 안성맞춤이다. 그는 권위와 거리가 멀다. 귀여운 모습에 가깝다. 2004년 헤이워드와 장시간 인터뷰했던 영국 칼럼니스트인 주디 베번은 인디펜던트지에서 “그는 상대방의 긴장을 완전히 풀어 버리는 미소를 지녔다(사진)”고 말했다. 또 “국영기업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BP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바로 헤이워드”라고 평했다.

덕분에 지난달 열린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헤이워드는 예상보다 심하게 추궁당하지 않았다. 그는 의원들의 질문에 “모든 조사가 끝나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성급하게 결론 내려서는…” 등의 말로 넘어갔다. 다른 증인들 같았으면 미 의원들의 힐난과 독설에 시달리기 딱 좋은 답변 전략이었다. 하지만 헤이워드의 저자세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면서 선처를 바라는 표정 앞에서 의원들의 공세는 분노한 대중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BP 이사회는 원유 유출을 잡으면 새 CEO를 선임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듯하다”며 “멕시코만 원유 유출이 계속되는 한 CEO로서 헤이워드의 수명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태 해결 순간 해임될 운명
헤이워드는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직후 멕시코만 일대 피해 보상을 위해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내놓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BP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64억 달러 정도였다. 한 해 장사로 번 돈 가운데 75%를 피해 배상금으로 내놓게 됐다. BP 피해 배상은 이것이 끝이 아닐 듯하다. 플로리다 등 멕시코만 일대 주민들이 집단소송을 벼르고 있다. 더욱이 허리케인이 원유 유출 피해 범위를 넓히고 있다. BP가 부담해야 할 배상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급해진 BP 재무 담당 임직원들이 영국 바클레이스 등의 은행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고 있다. 급전을 구하기 위해서다. 배당금 지급도 불투명해졌다. 그 여파로 BP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BP 주가는 50% 넘게 추락했다<아래 그래프>.

영국 BBC 방송은 “지질학 박사인 헤이워드가 베네수엘라·인도네시아·시베리아 오지의 온갖 어려움을 뚫고 유전을 개발해 CEO 자리에 올랐다”며 “하지만 그는 BP 자체가 유발한 어려움을 이겨 내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1957년에 태어난 앤서니 헤이워드는 영국 버밍엄시 애스턴대에서 지질학을 공부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82년 BP에 취직했다. 유전 개발 현장을 누비다가 2000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되면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그는 2007년 CEO가 된 이후 3년째 BP를 이끌고 있다. 축구광인 그는 요트 타기도 즐긴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